성인식으로서의 연애

소개

앤서니 기든스는『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에서 섹슈얼리티를 통해서 현대 사회를 분석 하고 있다. 근대 이후 사회는 개인이 전면에 드러나는 사회이다. 전통적으로 주어진 관습이나 사회적 요구를 탈피하고 새로운 가치 기준을 세워나가면서 개인이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지게 되어 전근대 사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회가 된 것이다. 섹슈얼리티의 해방은 전통적 요구-생물학적 재생산-를 뛰어넘게 해주어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개인은 섹슈얼리티를 구성해 나가면서 주어진 것들을 거부하고, 자신이 한 사회의 책임 있는 개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바로 이점에서, 청소년들의 섹슈얼리티 경험의 중요한 요소가 있다.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함으로써 자기 스스로 ‘다 컸다’고 규정짓는 것이다.

목차

1. 들어가며

2. 섹슈얼리티의 해방과 통과의례
2.1. 청소년들의 섹슈얼리티 경험의 의미
2.2. 강박적 연애
2.3. 통과의례의 상실

3. 성인식으로서의 연애의 양상
3.1. 분리의례
3.2. 인도자
3.3.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
3.4. 성인식의 통과, 성숙

4. 성인식은 끝나고

본문내용

박현욱의 장편소설 『동정 없는 세상』의 주인공은 이제 막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막바지 고3이다. 법적인 미성년자에서 성년자로 넘어가는 그 마지막 단계에서, 주인공 준호가 가장 바라는 것은 여자친구 서영이와 한번 ‘하는 것’이다. 수능 점수가 잘 나와서 좋은 대학을 가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무엇을 하면서 살 것인지를 정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단 한번만이라도 하고 싶은 것이다. 소설의 시작은 ‘한 번 하자-싫어’라는 준호와 서영의 문답으로 시작하고, 위의 인용문처럼 동해안의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준호가 간절히 바라는 것도 바로 한번 ‘하는 것’이다.
준호는 꿈도 많고 고민도 많은 그 시절에 가장 하고 싶은 것이 왜 하필 한번 하는 것일까? 인터넷 야설 작가라는 준호의 경력이, 그를 오직 섹스만 생각하도록 만들어서 그런 것인가? 아니면, 여자친구 혹은 다른 사람과 한번 함으로써 동정을 떼려는 이 시대 남자 청소년의 일반적인 모습이 준호를 통해서 나타나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그들은 섹스를 하려고 하는가? 이 소설에서 준호의 욕망이 표현되는 그 지점을 알기 위해서는, 준호가 생각하는 연애와 섹슈얼리티가 어떤 식으로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중 략>

화자는 『동정없는 세상』의 준호처럼 선명하게 얘기한다. 이 텍스트의 화자에게 있어서 소녀가 여자가 되는 입사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는 바로 ‘입맞춤’이다. 또, ‘입맞춤’으로 표현된 섹슈얼리티 경험은 ‘장미 스무 송이’로 표현된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소녀가 기다린 것은 단지 드러나는 섹스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고 있는 낭만적 사랑의 경험이다. 이는 2절에 더 확연히 드러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사랑은 너무나 달콤하고 향기로운 거란걸 내게 가르쳐줘요’
박지윤, 앞의 곡.
라는 부분이 바로 그 것이다. 대중가요의 주된 소비자가 청소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노래의 성공에는 청소년들에게 낭만적 사랑에 대한 환상이 퍼져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낭만적 연애와 섹스 속에는, 그것을 통해 어른이 되고자 하는 욕망도 찾아낼 수 있다. 뒤집어 말한다면 청소년들은 섹스와 연애를 거치면 어른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작용하는 기제는 기든스의 섹슈얼리티 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참고자료

· 박현욱, 『동정 없는 세상』, 문학동네, 2001
· 박현욱, 『새는』, 문학동네, 2003
· 박지윤, 〈성인식〉, 박진영 작사작곡, 2000
· 유키사다 이사오(Yukisada Isao)
·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世界の中心で, 愛をさけぶ)>,
· Anthony Giddens, 『현대사회의 성, 사랑, 에로티시즘(Sexuality, Love& Eroticism in Modern Societies)』, 배은경 황은미 옮김, 새물결, 2003
· Arnold van Gennep, <通過儀禮>, 전경수 譯, 을유문화사,1992
· 홍진주, 「아프리카의 여성할례와 문제점」, 신라대학교 여성문제연구소, 2002
· Alice Walker, 『은밀한 기쁨을 간직하며』, 최수민 옮김, 문학세계사, 1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