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하워드 진,역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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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가끔씩 내가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불쾌한 감정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만 하는 것들, 이를테면 소비하고 공부하고 미래에 대한 고민에 시름하고 사랑하는 행위까지 모두 다 이 사회의 지배 세력들을 위한 복무의 과정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자아의 심지는 초라하리만치 가늘어진다. 문득 나의 실존이 의미 없이 느껴지게 된다. 이런 비관주의와 회의주의에 휩싸여 있을 때 꺼내보게 되는 하워드 진의 글들은 질식되기 일보직전의 생각을 환기시켜 준다.
올해 1월 하워드 진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죽음에 대해 세계의 언론들은 관심을 갖고 보도를 하였는데 특히 한국의 언론들은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타계’ 라는 경의에 가득찬 용어를 사용하며 그의 죽음에 예우를 표하였다. 진보적 지식인의 토양이 척박한 미국에서 ‘싸움꾼’ 혹은 ‘급진파’ 로 불리며 생전에 제도권 언론으로부터 별다른 평가조차 받지 못한 그의 죽음이 지금에 와서야 이토록 조명 받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아마도 하워드 진이 상징하는 가치 때문일 것이다. 그가 책을 쓰며 혹은 시민 운동을 진행하며 줄곧 추구했던 가치는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인권, 평화, 반전 등 지극히 당연한 가치였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소외되고 끝을 모르는 이기심에 떠밀려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고 살육하는 삭막한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가 생전에 줄기차게 외치던 ‘당연한’ 가치들일 것이다.
「하워드진, 역사의 힘」 은 그가 역사에 대해서 쓴 에세이들을 모은 책이다. 선거, 교육, 역사 기록, 인종 문제, 홀로코스트, 마르크스주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역사에 대한 올바른 관점이 무엇인지 그는 일관성 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흔히 하워드 진은 노암 촘스키와 함께 ‘미국 현대사의 양심’ 으로 세칭되고 있다. 그러나 좀 더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행동하는 양심’ 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교수 생활은 흑인들과 함께 한 공민권운동으로 시작했으며 그 후 그는 생에 전체에 걸쳐서 반전운동, 인권, 노동운동 등 이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한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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