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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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쿠데타라는 충격적 사건을 다룸에도 그날의 일을 너무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동안 영웅 중심의 자극적인 헐리우드식 영화나 큰 사건들에 작은 에피소드를 넣어 맛깔나게 다루는 우리나라 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터라 이렇게 다큐멘터리도 아니면서 딱딱한 영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난감했다. 특히나 누가 주인공인지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 하나의 시점이 아닌 여러 개의 시점으로 나뉘어 누가 악인이고 선인인지도 구분 짖기 어렵게 만들었다. 그러나 점차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깨닫게 되는 한 가지는 현실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은 ‘살바도르 아옌데’라는 이름이다. 이 사람은 사회주의자로서 선거에 당선되어 대통령이 되었단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다. 한번쯤 보고 싶은 마음에 화면 속에서 이리 찾고 저리 찾았지만 그가 듬성듬성 흰머리가 나있는 뚱뚱한 할아버지 모습일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도록 살짝 옆태 뒤태 만 비춰줄 뿐 정말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짐작도 못하게 만든다. 만약 이게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클린트우드같은 중우한 느낌의 인물이 엄청 멋진 연설을 통해 보는 사람을 꼼짝도 못하게 그의 매력 속에 푹 빠지게 만든 후 이야기를 진행 시켰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 속에서의 정치는 그 인물이 실제로 어떤 사람이었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만들어 지느냐 만이 중요하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