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 개심사지 오층석탑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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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석탑의 성립과 발전
고등 종교로 분류할 수 있는 불교가 우리나라에 유입된 후 기존의 바위 신앙과 융합되어 백제에서 최초의 화강암 불상이 창안되었다. 바위 속에 숨어 있던 신의 모습이 바위 밖으로 나와, 구체적으로 형상화 되었던 것이다. 바위 신앙에서 출발한 신상의 표현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석가모니의 실체인 불탑을 절대적 존재인 바위에서 찾아낸 나라는 오직 우리나라뿐이다.
목탑이나 전탑과는 달리 석탑은 탑의 영원성을 추구한 결과물이다. 어떠한 조형물이든 기술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목탑이나 전탑은 불교를 전래 받은 중국에서 성행하였기 때문에 탑을 쌓는 기술은 중국에서 배워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중국에는 존재하지 않는 화강암을 석탑의 재료로 선택한 것은 우리 나름의 창안이었다. 돌로 탑을 쌓기 위해서는 단지 건축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다듬어야 하는 조각적인 기술도 보태져야 한다. 단단한 화강암에 정을 대고 다듬어야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거기에는 상당한 조각적 기술이 필요하고 아울러 건축적 구성을 이루는 기술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화강암을 다룰 수 있는 기술을 가진 나라에서만 석탑을 세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화강암을 조각의 재료로 처음 사용한 나라는 백제이다. 화강암의 석탑에서 바위가 갖는 영원성은 기존의 목탑이나 전탑이 갖지 못했던 매력이었다. 결국 석탑은 민간 암석 신앙과 더불어 불탑의 상징성이 새롭게 변모됐던 당시의 인문적 환경, 국토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자연적 환경, 이들을 소화시킬 수 있는 기술적 환경, 이 세 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 위대한 야심작이 우리 민족의 독창적인 창안인 석탑이다.
앞서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조형물을 창조하기란 아주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조형물은 기존의 조형물에 토대를 두고 태어나기 마련이다. 전형적인 석탑 양식이 구축되는 통일신라 이후의 석탑에서도 이러한 지붕 모서리 곡선은 끊임없이 재현되었다.

참고자료

· 윤경진, 《아 그렇구나 우리 역사 7 - 고려 1》, 여유당, 2006
· 서성희, 〈高麗初 예천 지역세력과 開心寺 석탑 건립〉, 부산대학교석사학위논문, 2002
· 이해준, 〈매향신앙과 그 주도집단의 성격〉, 《김철준박사화갑기념사학논총》, 지식산업사, 1983
· NAVER 사전 http://d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