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 것

소개

영화,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의 1장 분량의 감상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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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달려들어 물어뜯어야 한다. 덥석 물고 덤덤하게 뜯는다. 짐승같이 달려들었지만 짐승같이 물어뜯지 않는다. 물고 늘어지지 않는다. 담담하게 물고 뜯는다. 걱정되는 몇 가지가 눈에 아른거려도 짐승처럼 달려든다. 끝없는 살점이 물어 뜯겨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덤덤하게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다시 문다. 뜯어내고… 손으로 붙들지 않고 오로지 입으로 덤덤히 물어뜯는다. 늘어지지 않고. 이것은 기억.
형사가 무도에 찾아와서 복남의 딸을 누가 죽였냐는 질문에 복남은 조용히 중얼거린다. “애비가 죽였어유.” 말을 한 것이다. 조용히 씹어 삼키는 말을. 해원에게는 편지를 보냈었다. 복남은 벙어리다. 마지막 순간까지. 복남은 거짓말 속에서 살았고 딱 하나 진실을 말한다. 이 섬을 빠져 나가야 한다고. 서울로 가야하나. 그 섬은 어디까지일까.
복남의 살인은 마치 기억의 상처를 그들의 신체에 되새기는 일처럼 보여서 더욱 잔인하다. 내가 단순히 잔인해서 몸을 움찔거리고 눈을 가늘게 뜨는 것은 아니었다. 복남의 상처들이 내 살을 파고드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덩달아 나를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처절한 기억들이 내 살갗을 파고들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내내 나의 지나간 기억들과 그것들의 깊은 상처들이 되살아났다. 명백히 복남은 나의 뇌에 깊은 주름을 새겨 넣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든 기억을 말하지 않고 곱씹어 삼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복남 또한 모든 것을 방관한 채 살아왔기 때문에 이 살인은 더없이 지독하다. 통쾌하기도 하지만 우리 모두는 그렇지 못하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