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소설보다 더 성숙하고 다양한 작품으로 현재에도 우리에게 항상 다가오는 작가 김영하는 ‘대중문화 시대의 복제된 이미지’를 소설 속에 능숙하게 담아내는 작가, ‘나르시시즘과 허무주의로 현대사회의 황막함을 역주하는’ 작가, ‘열정과 낭만을 말끔히 지워버린 쿨(Cool)한 신세대’, ‘지난 시대의 상흔 속에서 태어나고 그것의 변주와 전도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는 작가’, 이 새로운 작가의 시대적 의미를 증명해온 비평적 목소리는 그의 소설의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김영하의 소설은 간결한 문체와 빠른 사건 전개로 독자인 나로 하여금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의 소설을 읽는 일은 고통스러운 작업이기도 하다. 읽기를 끝낸 후에 우리의 삶에 대한 허전함, 혹은 고통스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소설 속에서의 가볍게 다루어진 일상들은 현실을 사는 우리의 무거운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설 속에서 가볍게 보이는 일상들은 김영하의 ‘아이텐티티’라 할 수 있는 ‘발랄한 상상력’이 있어 무거운 일상도 가벼이 보이는 일상으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등단 1년 만에 주목하게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부터 그랬다. 그 즘 사람들의 관심사였던 죽음에 대한 충동을 소설화한 것도 눈여겨 볼만했지만, 자살 기획자라는 새로운 직종을 선보인 게 더욱 인상적이었다. 당시 김영하는 인터뷰에서 ‘남과 다르게 사유하는 것, 혹은 문학사 빈자리를 찾아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라는 전략을 세웠고, 죽음 충동은 그 과정에서 선택된 매개물이라고 밝혔는데 죽음 충동이라는 주제의식도 평가됐지만, 작가를 다르게 구분 지은 것은 ‘자살 기획자’라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김영하의 이름 앞에 ‘신세대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런 아이디어 덕분이다.
김영하는 예리하게 현실을 포착하고 그 현실을 재미있게 소설화하는 능력은 다른 어떤 작가와는 구분되는 김영하의 소설의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즉, 김영하의 소설 속에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범주 밖의 행위를 아무런 도덕적 부채감 없이 행하는 태연함이 실은 현실의 무거운 일상들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 참 고 문 헌
· 가. 기초자료
· 김영하, 「총」, 『 호출』, 문학동네
· 김영하, 「사진관 살인 사건」,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문학과 지성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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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하, 「바람이 분다」, 『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문학과 지성사
· 김영하, 「호출」, 『호출』, 문학동네, 2006
· 김영하, 「나는 아름답다.」, 『호출』, 문학동네, 2006
· 김영하, 「전태일과 쇼걸」, 『호출』, 문학동네, 2006
· 김영하, 「거울에 대한 명상」, 『호출』, 문학동네, 2006
· 김영하, 「고압선」,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문학과 지성사
· 김영하, 「흡혈귀」, 『엘리베이터에 낀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문학과 지성사
· 김영하, 「베를 가르다」, 『호출』, 문학동네, 2006
· 나.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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