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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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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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일 전 S로부터 청첩장 우송 준비를 하는 중이라며 주소를 묻는 전화가 있더니 우편함에 그게 와 있다.
‘드디어 친구는 한 번 더 어른이 되는구나.’ 천천히 인봉을 떼는 나의 머릿속은 S에 대한 추억으로 서서히 차오른다.
그것은 늘 H 여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강당은 바로 여러분을 맞이하기 위해…….”
대충 이런 내용의 학장 축사와 기타의 순서가 진행되는 내내 강당 안은 새내기들의 채 가시지 않은 합격의 기쁨과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술렁대고 있었다. 이윽고 그날의 주 강사였던 모 대학 철학과 K 교수의 순서가 되었다. 그는 잠깐의 침묵으로 강당의 소요를 잠재우고 나서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앞사람을 보십시오, 좌우 옆 사람을 보십시오, 뒤를 보십시오. 모~~두 대학생, 대학생이 100%이지요?”
정말 그랬다. 게다가 마침 불기 시작한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의 광풍이 강당 하나 가득, 들어차 앉아 빨리 모든 순서가 끝나고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 저 교문을 나서기만 해 보십시오. 이 울타리 밖에 대학생이 얼마나 있을 것 같습니까? 오늘 여러분은 우리 사회의 특권층으로 들어섰습니다. 그것은 곧, 이 자리에 없는 그 누군가에게 여러분이 빚을 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그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소리는 내게 충격이었다. 그 특강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 기억해 낼 수 없다. 이 부분에서 나의 온 생각은 이미 S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