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주의가 누락된 `식민지 근대성`

소개

Colonial Modernity in Korea를 읽고 나서 쓴 비평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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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 역사학계의 식민지 시기 인식은 민족주의적 논리를 기반으로 한 내재적 발전론과 근대주의론이 대립하여 왔다. 그런데 Colonial Modernity in Korea(이하 본서)라는 책에서는 부분적으로 내재적 발전론을 비판하면서도 탈근대주의라는 새로운 입장에서 식민지 사회를 조명함으로써 기존의 논쟁구도에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본서에서는 먼저 민족주의 역사서술을 비판하고 있다. 한국 역사학은 한국지배를 정당화하는 식민주의자들에게 맞서면서 헤겔적 관념으로부터 전파된 민족주의 논리로 극도로 편협한 역사서술을 낳는 이분법적인 체계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이러한 민족주의적 논리는 역사적 사건을 해석할 때 선험적 담론체계가 되어 진실을 왜곡·회피할 수 있으며 나아가서 전체로 설정된 민족이란 범주가 계급·성·신분 등과 같은 대안적 집합 정체성을 짓밟는다.
그러면서 본서에서는 식민지 역사서술에서 고압적인 일본의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착취를 강조하는 지나치게 일원적인 식민주의관을 피하고, 식민지 사회를 헤게모니의 개념을 통한 ‘식민지 근대성’의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이 때 근대성은 서구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현상과 연관지어지며 한국의 민족주의 역사서술에서 말하듯이 역사적 진보나 보편적 선, 역사적 필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본서에서는 식민지 역사서술에서 지배적 담론이 되어온 민족주의와 민족개념이 특정시기에 만들어진 점을 검증하며 민족주의자들이 그들이 거부하려고 했던 식민지배자들의 논리와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모순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본서의 필자들은 식민지 사회에 대항하기 위해 형성된 민족적 정체성이 상이한 정체성 즉 계급·성·신분 등과 같은 다양한 정체성을 짓밟아 민족 속으로 포함 시키는 전체주의화 경향을 지닌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기존의 민족 정체성이 아닌 다양한 정체성에 대한 역사서술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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