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청미래)

소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을 위한 24가지의 담론 이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독창적인 사랑 이야기를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역사, 종교, 마르크스를 끌어들여 풀어낸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감상문

목차

없음

본문내용

12월 초의 늦은 아침, 파리에서 런던으로 가는 어느 항공편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남녀는, 12월 6일의 아침 9시부터 정오 사이에, 샤를 드 골 공항과 히드로 공항 사이를 운행하는 양국 항공사가 나열한 6편의 항공기들 중, 브리티시 에어라인의 10시 45분발 기내에서, 191개나 되는 이코노미 클래스 좌석 중 15A와 15B 좌석에 나란히 앉게 된,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지극히 기적적인 989.727분의 1의 확률로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비행기에서 누구를 만나고 만나지 못하는 것에 부여하는 의미 외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생기는 불안에서 벗어나려고, 그들의 만남은 3만 피트 상공에서 운명을 결정짓는 누군가가 그들의 운명을 잡아당기고 있었을 것이라는 낭만으로 가득 찬 달콤한 운명론적 해석으로 그들의 우연을 운명이라 정당화시키며, 고집스럽게 1년 남짓의 사랑을 이어나가고는 이별을 맞이한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가 일구어나가는 생활상의 지극히 평범한 구석에서, 흔히 사랑이라 불리워지는 낭만적인 운명론을 논하곤 한다. 단순한 우연이 운명이 되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 이성적으로 판단할 능력을 잃어버리고는 서로에게 운명 지어 졌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무수한 사실들, 비록 사소한 것 일지라도 이에 근원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서사적 논리를 부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지극히 평범한 남녀 간의 운명적인 사랑의 당위성은 기원전보다도 더 오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태초에 등과 옆구리가 둘에, 손과 다리가 넷, 하나의 머리에 두 얼굴이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는 자웅동체였던 인간은 그들의 잦은 자존심 싸움을 이유로 신들의 제왕 제우스의 손에 남자와 여자로 나누어졌다. 그날부터 모든 남자와 여자는 자신으로부터 떨어져나간 반쪽과의 운명적 결합을 원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도 다른 이에게는 지극히 평범할지 모르나 자신에게 특정한 어느 순간, 특정한 상황으로부터 선택되어진 어느 특별한 반쪽과의 교감의 시작을 위해, 마치 죽느냐 사느냐의 판결을 기다리는 범죄자처럼 그 혹은 그녀가 나를 바라는 것일까, 바라지 않는 것일까 라는 단 한가지의 질문에 모든 촉각들을 곤두세우고는, 평범에 마지않는 연인의 말과 행동에도 어떤 사전으로도 다 풀어낼 수 없는 의미와 의심들을 환원하는 구애의 순간을 마주하기도 하고, 연락을 하지 않는 연인의 악마 같은 손에 들어가면 고문 도구가 되는 전화기의 고문마저 감수하면서도, 사랑하는 이와의 결합을 통하여 인간 종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