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장승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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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3일 성북동 간송 미술관에 다녀왔다. 다녀오기 며칠 전 국어사 수업 중 교수님께서 일제 치하 중 훈민정음 창제 해자 원본을 사들인 전형필 선생에 대해서 말씀하시면서 미술관 얘기를 꺼내신 게 이유가 되었다. 간송 전형필은 일본 제국 주의에 나라가 침탈 당하기 전,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고, 많은 돈을 상속 받았다고 한다. 와세다 대학에 유학하면서 고문서를 보는 안목을 키웠고, 조선 서화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물려받은 재산을 약탈당한 문화재 수집에 썼다고 한다. 그중에는 미술품도 상당하며 그것들은 간송 미술관이라는 곳에 있으며 그곳은 1년에 두 번만 문을 여는 곳인데 지금 열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것 이었다! 이미 3월에 과제를 위해 모딜리아니 전을 보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어 방문하게 되었다. 1년에 두 번만 여는 곳을 갈 수 있다는 건 왠지 복권에 당첨된 느낌도 들었다.

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았다. 서울 도심에 이런 곳이 있나 싶다는, 풀과 나무가 우거져 있다는 그곳에 가려니 발걸음도 가벼웁다. 길을 몰라 택시를 타고 갔다. 도착하자 보이는 것은 남의 집같이 생긴 건물이었다. ‘여긴 뭐하는 데야’하고 있는데 그게 미술관이었다. 내가 알던 미술관들과는 가는 길을 달리 하려는 것 같았다. 분위기 오묘하고. 그런 실망감과 달리 대문에 멋들어진 글씨체로 吾園 張承業 畵派展이라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와~’했다.

영화 <취화선>에 나왔던 장승업. 천재로 유명했다가 홀연히 사라졌다는 신비로운 존재. 기대되기 시작했다. 조선 시대의 마지막 천재화가라고 불리던 오원 장승업(1843~1897)은 열 살 무렵, 추사 김정희에게 <세한도>를 받은 화가 이상적의 사위 이응현의 집 심부름꾼으로 일하다 발탁돼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한다. 궁중으로 들어간 오원은 1868년께 단청장이 되어 경복궁 중건에 참여했다. 그림 솜씨를 인정받아 정식 화원으로 승급했지만, 궁궐을 몰래 빠져나와 술을 마시곤 했다. 여기서 영화 <취화선>에 나왔던 장승업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영화 <취화선>에서 그는 예술혼을 짓누르는 시대에 맞서 광기를 내뿜었다. 이 거장의 신비스런 실체는 어떤 것일까. 그의 그러한 예술혼을, 그가 추구하던 세상을, 그의 그림을 들여다보면 읽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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