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鑢 한시에 나타난 자기 인식 (Self-Perception in Kim Ryeo’s Classical Chinese poetry)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한시학회
· 수록지 정보 : 한국한시연구 / 30호 / 345 ~ 368페이지
· 저자명 : 홍진옥

초록

본고는 조선 후기의 주요 문인 중 한 사람인 藫庭 金鑢(1766~1821)의 한시에 나타난 자기 인식의 변모 양상을 살펴본 것이다. 그간 김려는 조선 사회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혹은 전혀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과 신분과 계급에 얽매이지 않고 깊이 교유하고, 더 나아가 문학의 전면에서 이들의 인간적 미덕과 삶의 자취를 따뜻하게 그려내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는 타인의 존재를 유심히 바라보는 것 못지않게 스스로의 처지와 모습을 절실히 마주하고 깊이 성찰하였으며 이를 작품 속에 숨김없이 드러내었던바, 이는 김려가 타인 및 외부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과 연관되는 동시에 작품 창작 경향과도 관련을 맺고 있다.
김려의 생애는 여러 차례의 전환점이 있었던바 삶의 굴곡에 따라 자신을 응시하는 시선이 변화하는 점이 흥미로운데, 크게 수학기, 유배기, 사환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수학기의 김려는 성균관에서 교유의 폭을 넓혀가면서 儒者로서의 자의식을 정립해나가는 한편 태생적으로 병약했던 탓에 작품에서 자신을 ‘病者’로 드러낸 경우가 많다. 또 이로 인해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그는 ‘姜彝天의 유언비어 사건’에 연루되면서 한순간에 불온한 인물로 전락하고 마는데, 富寧으로의 유배길에 오르면서부터 처절하게 무너져버린 ‘소외인’으로서 자신을 대상화하였음이 확인된다. 이후 4년간의 유배 생활 후 1800년 신유박해의 여파로 다시 의금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한 뒤 鎭海로 유배지를 옮기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유배객의 처지임에도 진해에서 김려는 부령에서와 달리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변화를 보인다는 것이다. 외롭고 고독한 죄인에서, 세속을 초월하여 은거한 사람으로서의 자의식을 보여주며 동일한 상황을 뒤바꾸어 인식하는바, 이것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위로 행위로 생각된다. 한편 부령과 진해에서의 10년 동안의 유배기에도 김려는 은연중 자신과 조정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지 않은 채 왕에게 은혜를 갚지 못함을 괴로워하는 신하로서의 인식을 드러내기도 하였는데, 이는 해배된 후 연산 현감으로 부임하면서 지은 작품에서 전형적인 지방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일정 부분 발현되고 있다.
이처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김려의 자기 인식이 다양하게 변화하는 것은 그 스스로 몹시 불안정한 존재이며 자기 자신이 하나의 키워드로는 포착되지 않는 복합적인 인물이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이처럼 복합적이고 다중적인 자기 인식은 그의 문학 세계와도 긴밀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다른 문인들에 비해 가감 없이, 그리고 몹시 진솔하게 드러낸 태도는 그를 감수성이 풍부하고 인간적인 작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아울러 자기 인식에서 보인 태도는 그가 타인을 바라보고 그들과 관계 맺는 방식에도 그대로 연결되는바, 타인에 대한 도저한 이해를 보여주는 작품들은 사유 대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보고, 이해하고, 또 그 모습을 어떤 체제의 억압이나 사상의 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내는 태도에서 산생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어초록

This paper examined the changes in self-perception found in the classical Chinese poems by Damjeong Kim Ryeo (金鑢, 1766~1821), one of the major writers of the late Joseon dynasty. Kim Ryeo has been highly regarded for forming relationships with people in the periphery of Joseon society or those who have never received the spotlight, regardless of their social status and rank. Furthermore, Kim Ryeo placed such people at the forefront of his literary works and warmly portrayed their humanity and life. However, as much as he carefully observed others, Kim Ryeo reflected on his situation and self-perception more earnestly than anyone else and showed it unreservedly in his works. Such features were related to how Kim Ryeo formed relationships with others and the outer world, as well as his creative tendencies.
There were many turning points in Kim Ryeo's life, which makes it interesting to see how his self-perception changed at each turning point. Kim Ryeo's life can be divided primarily into his period of learning, exile, and public service. During his learning period, Kim Ryeo expanded his friendship at Sungkyunkwan and established his self-perception as a Confucian scholar. At the same time, he frequently portrayed himself as an "invalid" in his works as he was weak from birth, which may have also led him to be interested in Buddhism. Afterward, Kim Ryeo became involved in "Kang I-Chun's False Rumor Incident '' and suddenly became a seditious person. Once he was exiled to Buryeong, Kim Ryeo's works show that he viewed himself to be a devastated person who has been "alienated." After four years in exile, Kim Ryeo was retransferred to Uigeumbu to be tortured and exiled again to Jinhae due to the Shinyu Persecution of 1800. Although Kim Ryeo was still an exile, his self-perception in Jinhae was quite different from that in Buryeong. Rather than viewing himself as a lonely and solitary sinner, he changed his perception of the same situation by considering himself a hermit transcending worldly concerns, which can be understood as a consolation to his circumstances. On the contrary, even unbeknownst to himself, Kim Ryeo did not break from his link to the royal court during his decade-long exile in Buryeong and Jinhae. Instead, he perceived himself as a loyal subject tormented by being unable to repay the king for his kindness. This was partly realized in his works written after he returned from exile to serve as the hyeongam (county magistrate) of Yeonsan, as he displayed features of a quintessential local governor.
Kim Ryeo's self-perceptions changed in various ways depending on his situation, which showed that he was far from a one-dimensional person. He was a multi-faceted character who could not be defined by a single keyword. Furthermore, Kim Ryeo's complex and multilayered self-perceptions were also closely linked to his literary world. His way of expressing his emotions, which was more direct and honest than other writers, allowed him to be positioned as a soulful and humane writer. Kim Ryeo's self-perception was also directly related to how he viewed and interacted with others. His works that show a profound understanding of others were products of his attitude of viewing and understanding his subjects from different perspectives and portraying them free from any systemic oppression or limits to thinking.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