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조대 종묘 世室論과 왕실의 위상 강화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조선시대사학회
· 수록지 정보 : 조선시대사학보 / 38호 / 201 ~ 234페이지
· 저자명 : 이현진

초록

국왕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고에서는 世室에 주목했다. 세실이란 대대로 그 室에 신주를 모신다는 의미이다. 세실은 신주가 종묘에 봉안된 뒤 親盡에 이르러 功德을 평가받은 뒤 결정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그러한 원칙이 반드시 지켜진 것은 아니었다.조선전기에는 始封之君인 태조를 제외하고 태종, 세종, 세조가 不遷之主로 선정되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뒤이어 즉위한 임금과 신하들이 이들이 불천지주가 될 것임을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다만 그러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친진에 이르렀을 때 세실로 결정되어, 조선전기까지는 세실의 기본 원칙이 어느 정도 지켜졌다.인조대 세실로 결정된 성종부터 효종대 중종, 숙종초 선조까지 이들 세 인군들은 친진에 이르러 세실로 결정되어 세실의 원칙을 가장 잘 준수했다. 숙종 초반까지 세실 논의는 ‘친진’에 다다른 군주들을 대상으로 전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숙종 9년에 친진에 다다르지 않은 효종과 인조를 세실로 결정하면서부터 세실론에 변화가 찾아왔다.숙종 9년 경은 청나라가 중원을 완전히 장악하고 서인 내부의 분열이 가시화된 시점이었다. 송시열이 희미해진 국가 대의를 강조하고 서인의 분열을 막고자 ‘효종세실’을 들고 나왔다. 아울러 ‘인조세실’까지 마무리지으면서 ‘미리’ 세실로 정하는 새로운 세실론이 등장했다. 세실 논의가 발로되자 친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논의에 들어가 결정해 버린 점이 이전과는 다른 특징이었다.숙종이 동왕 24년에 단종 복위를 성사시킨 이후부터 왕실 전례를 서인이 아닌 국왕 주도로 전환했다. 국왕 주도의 분위기는 그대로 영조대까지 이어졌다. 다만 숙종 후반부터 몇 번의 換局과 處分, 獄事가 잇따랐고 戊申亂까지 발생해 영조는 탕평의 추진과 동시에 왕실의 권위 회복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영조 5년 8월 본격적인 탕평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己酉處分 직후 列朝寶鑑의 찬술과 父王 숙종을 세실로 만드는 작업을 직접 지시했다. 그 과정에 黨과 상관없이 대신들이 참여했고 신하들의 동의 속에 숙종 세실이 결정되었다. 영조는 탕평과 함께 왕실의 존엄함을 보이려는 의도가 동시에 적중했다. 이후 현종 세실도 영조의 주도 아래 결실을 맺었다.영조대는 국왕이 세실 논의를 주도했다는 것도 새로운 일이었지만 부왕을 곧바로 세실로 정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정조대에도 이어져 정조는 영조의 행적을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 정조 또한 영조실록이 완성된 뒤 열성들의 보감을 찬집하도록 명하고 보감이 완성되자 영조를 세실로 만드는 작업에 직접 나섰다. 사실 정조가 ‘영조세실’을 거론한 시점은 연속적인 모의 사건이 발발하여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때였다. 왕실의 위엄을 드러내고 위상을 강화하고자 한 정조의 의도에 ‘영조세실’ 건은 매우 적절했다.영정조대 공통점이라면 세실 논의를 국왕이 직접 주도했다는 것과 바로 앞 前王을 세실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친진에 이르러 신하의 건백과 이들의 공론을 통해 세실을 결정하던 양상과는 변모된 점이 특징이다. 다만 이러한 세실 결정 방법은 시시비비와 포폄을 근간으로 하는 춘추의 정신이 희석되어 세실의 본래 기능을 상실했음을 의미했다.이후 순조대부터 세실 논의는 다시 신하들의 건청으로 이루어지지만 前王을 곧바로 세실로 정하는 방식은 그대로 답습되었다. 이러한 세실 결정 방식은 정례화되었고 세실 논의 자체가 형식적인 의절로 흘러갔다. 탕평정치기 국왕 주도에서 세도정치기 벌열 가문 중심으로 국정 운영 체제가 바뀌면서 나타난 또 다른 변화였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