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랑 사건’의 전말과 소송상의 문제점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법사학회
· 수록지 정보 : 법사학연구 / 31호 / 139 ~ 169페이지
· 저자명 : 전경목

초록

‘박효랑 사건’은 18세기 초에 경상도 星州에서 일어난 한 山訟이 발단이 되어 마침내 私掘과 폭행 및 살인에까지 이른 사건이다. 이 일은 당시 전국 각지의 유림들이 두 차례나 상경하여 이와 관련된 복합상소를 하는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사건은 당시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백성들 사이에 널리 膾炙되어 實紀, 傳, 서사한시 및 한글소설 등 다양한 문학작품으로 완성되었으며 그래서 일찍부터 국문학계의 주목을 받아 지금까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의 실체를 법사학이나 역사학 측면에서 살펴본 연구는 아직까지 없었던 바, 필자는 본고에서 이 사건의 전말을 법사학적인 측면에서 고찰해보려고 한다.단순한 묘지 소송으로 출발한 이 사건이 사굴과 폭행 및 살인 사건으로 확대되고 전국의 유림들이 왜 이 사건에 개입하여 통문을 돌리고 상경하여 복합상소까지 하게 된 이유는 대략 네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첫째 擊錚原情의 제도상 결함이 있었다. 지방에서 사는 사람이 격쟁원정을 하였을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재조사를 그 지역의 수령이나 감사에게 위임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들은 이전의 재판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따라서 공정한 재조사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둘째 담당 관리들이 사건을 처리하는데 미숙하였다. 따라서 단순히 묘지 소송으로 끝날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셋째 당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당시 대부분 南人이었던 영남의 유림들은 甲戌換局 이후 중앙정계에 진출이 거의 봉쇄되어 있었는데 이들 중 집권 老論의 회유로 노론으로 黨色을 바꾸는 이른바 ‘新附時論人’들이 있었다. 박경여가 바로 그러한 사람 중 하나였는데 신부시론자와 집권 노론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영남의 유림들이 박효랑 사건에 적극 개입하여 복합상소를 하는 등 여론을 주도하였다. 넷째 조선인들이 심하게 경도되었던 효 의식과 깊은 관련이 있었다. 조선정부는 건국 직후부터 효를 지나치게 강조하였기 때문에 결국 정약용의 이야기처럼 남의 분묘를 파내고도 그것이 바로 효의 구현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조선 후기에 산송이 치열하게 전개되었던 이유는 이와 같은 요인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