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폭력 - 남성 멜로와 액션에서의 남성 정체성과 육체

서지정보

· 발행기관 : 영상예술학회
· 수록지 정보 : 영상예술연구 / 8호 / 61 ~ 89페이지
· 저자명 : 주유신

초록

1990년대 이후 한국 영화의 흐름은 젠더 관계와 젠더 정체성이라는 측면에서 의미심장한 징후들을 보여주는데, 특히 사회적, 심리적으로 위기에 놓여진 남성성을 재구성 또는 재절합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두드러진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최근의 민족사 다시쓰기를 통해서 남성들을 민족의 작인(agent)이자 주체로 재수립한다면, 가족 멜로영화들은 패배자 남성이 부성의 힘을 통해서 재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런 두 가지 흐름을 통해서 최근의 한국 영화는 남성의 하드 바디와 소프트 마인드를, 역사와 개인을, 관객의 상상적 동일시와 상징적 승인을 남성중심적인 시각과 원리를 통해서 통합시켜내고 있다. 그런데 영화의 서사와 이미지에서 남성성과 남성 육체가 중심이 될수록 ‘남성 육체의 물신화’, ‘남성 주체의 피학증적 충동’ 그리고 ‘남성 나르시시즘’이 강화되고 반복적으로 재등장하면서 남성성을 둘러싼 전통적인 통념에 균열이 생기는 역설이 발생한다. 특히 부성 중심의 가족 멜로드라마에 스포츠 영화라는 액션 영화의 하위 장르를 결합시킨 <주먹이 운다 Crying Fist>와 포스트모던한 액션을 필름 느와르적인 스타일로 담아낸 <달콤한 인생 A Bittersweet Life>은 ‘눈물과 폭력’이라는 양 극단의 도착적인 쾌락을 통해서 도착적인 남성성을 흥미롭고도 자극적인 방식으로 형상화한다.우선 <주먹이 운다>는 반사회적이고 실패한 남성성을 ‘스포츠’라는 신화를 통해서 상징적, 합법적으로 재수립하는 동시에 아버지라는 권위의 인정과 아버지에 대한 아들의 동일시를 통해서 가족적 가치에 대한 환상을 재구축한다. 이 과정에서 남성 육체는 남성의 영웅적 정체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면서 전통적 남성성을 확인하고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에 갱스터의 세계에서 시작해 모호한 로맨스를 거쳐서 처절한 복수극으로 마감되는 <달콤한 인생>은 자신의 나르시시즘적 환상을 모든 유혹과 위협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한 남성 주체의 피학증적인 통과의례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남성 피학증을 중심으로 한 고통, 부정성, 상실의 서사를 시각화하는 것이 필름 느와르적 스타일이라면, 그 서사를 미학화하는 것은 바로 남성 자신의 육체이다. 그렇다면 이제 한국 영화가 ‘남성성의 형상화’에 있어서 어떤 반복과 차이의 가능성을 남겨 두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마음껏 ‘휘날려진’ 테크노 자본주의가 남성의 역사적 행위를 더없이 화려하고 스펙터클하게 창조했고, <친구 Friend>에서 <달콤한 인생>에 이르는 액션 영화들이 남성적 멜랑콜리를 더 없이 폭력적으로 묘사했으며, <가족>에서 <주먹이 운다>에 이르는 남성 가족멜로드라마가 이 시대 남성들의 불안과 좌절감을 더없이 신경증적으로 재구성해낸 마당에, 남성성을 둘러싼 어떤 영화적 재현이 가능하고 또 매력적일 수 있을까가 궁금해지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