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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시 개관(韓國 現代詩 槪觀)
정한모(鄭漢模)
한국의 현대시는 비시적(非詩的)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한국의 현대시는 그 발생의 시초(始初)부터 압제자(壓制者)에 대한 반항을 노래할 수밖에 없었다. 19세기 말엽 《독립신문(獨立新聞)》이나 기타 신문에 나타난 대부분의 시작(詩作)에는 특히 애국시(愛國詩)가 많았으며 20세기 초엽에 등장하는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작품들에도 애국주의(愛國主義)적 경향은 한결같이 강하다. 이 당시에는 詩의 전문성(專門性) 여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으며 시인들은 오히려 민중(民衆)을 인도하는 그들에게 시대적 위험과 새로운 문명을 일깨우기를 열망했다. 그들의 시작(詩作)은 이러한 민족의식(民族意識)을 형성하는 데 그 목적을 두었으며 개인적 정감이나 사랑을 노래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즉 시적(詩的)인 영감(靈感)이나 지고(至高)의 예술성만으로서는 시대적 위기를 직면해서 느끼는 절망이나 좌절을 충분히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것이었다 해도 좋을 것이다.

한국은 5세기 이전에 이미 훌륭한 시가(詩歌)를 갖고 있었다. 신라시대의 향가는 시가에 대한 한국인의 재질을 보여주기에 족하다. 향가 20여수가 오늘날까지 보존되어 왔으며 10세기 이후 고려시대에는 아름다운 보석에 비유될 수 있는 가요(歌謠)가 있었다. 우리는 오늘날까지 그 시가들을 전수(傳受)하고 있는데 그러한 시가의 기교와 정감의 표현은 현대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것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이 고려가요를 통하여 우리 조상의 생활과 그들의 감성 및 사상을 표현할 수 있었던 재질과 자유를 이해할 수 있다.

13세기 내지 14세기에 이르러 한국의 전통 시가는 하나의 정형(定型)을 이룩하게 된다. 이러한 정형시를 시조(時調)라 부르는데 이 시조는 엄격히 제한된 삼행(三行)으로 되어 있어 이미 완성된 형식미를 보여주고 있다.

표현 형식에 보다 중요한 의미를 구유(具有)하고 있는 이 시조는 유교사회의 양반 계층에 의해 애호를 받은 것은 물론, 대중적 노래로서도 크게 사랑 받고 또 불리어졌다. 그러나 17, 18세기에 이르러 서민 계층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함께 시조의 규제된 형식이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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