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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소설 작품 분석
1.1. 만복사저포기
'만복사저포기'는 김시습이 지은 한문 소설로, 귀신과 연애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현존하는 『금오신화』의 다섯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비현실적 소재와 현실적 주제가 특이한 관계로 결합되어 있다.
먼저 만복사에서 양생이 부처와 저포놀이를 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의미를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저포놀이가 현재의 윷놀이와 비슷한 놀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양생은 부처와 저포놀이에서 이겨서 부처에게 선물로 여인을 받는데, 이는 어릴 적 부모도 여의고 외로움에 살아가던 양생에게 이승에서의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부처가 저승의 여인이라도 붙여준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부처와 저포놀이를 한다는 소재를 쓴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 평범한 사람인 양생이 부처와 놀이를 해서 여인을 받는다는 것에서 현실을 초월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으로 주목한 부분은 양생이 만복사에서 만난 여인을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닐 것이라고 분명히 의심하면서도 곧바로 자기합리화를 시킨다는 점이다. 뜰에서 잔치를 벌일 때의 기명과 술잔, 그녀와 함께 거닐었음에도 그녀와 함께 거니는 것을 보았다는 이가 한 사람도 없었다는 내용 등에서 양생은 그녀의 존재에 의문을 품지만, 미심쩍긴 해도 그녀를 어느 귀족 집 아가씨로 생각하려고 애쓴다. 이러한 장면들은 양생의 외로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극대화하여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딸이 혼령의 모습으로 낯선 사내와 연애했다는 사실에 그다지 놀라지 않고 은잔으로 확인 후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부모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당대 귀신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기이성을 더 갖춘 작품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만복사저포기'는 『금오신화』에서도 첫 번째로 수록된 작품이자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우리나라 사람을 등장시킨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우리의 풍속과 사상, 감정표현을 잘 드러낸 작품이며, 시를 적절하게 삽입하여 서정성을 드러냈다는 점도 흥미롭다. 특히 행복한 결말이 아닌 주인공이 세상을 등진 것으로 표현하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작가인 김시습의 생애가 작품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2. 수성지
수성지는 조선 선조 때 백호 임제가 지은 한문 단편 소설로, 창작 동기는 작자가 북평사에서 서평사로 전출할 때 떠날 길을 멈추고 현실에 대한 불만과 울적한 심회를 의인법을 사용하여 표현한 작품이다. 즉 인간의 심성인 천군(天君)이 수성(愁城 : 근심의 세계)을 쳐서 수기(愁氣)를 물리치고 주연(酒宴)을 베풀어 명랑함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로, 이 작품은 단순한 현실도피라기보다는 현실 풍자의 수법으로 현실에 대한 불만과 울분을 토로한 것처럼 보인다.
수성지는 우리 소설문학사상 형이상학적 세계를 가시적인 형상으로 다룬 선구적인 작품으로 독보적인 경지를 열었다. 인간의 내면세계를 가시적인 형상의 세계로 재현해 놓은 이 작품의 인물들은 내면적 가치의 어느 것 하나를 분담하고 있는 존재들이다. 주인공인 천군은 마음을 중용에 있게 하고 허로써 오관을 다스리는 존재로 인격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천군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주인옹, 무극옹, 국양, 도흥, 모영 등의 인물들도 모두 형이상학적 상징성을 지닌다. 수성이라는 관념적 공간 또한 천군의 울울한 욕구불만의 상태가 내형화된 세계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수성지는 관념세계의 미묘한 추이를 예리하게 형상화하고 있는데, 이는 작자 임제가 중국의 가전체 문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제의식과 전개방식에 있어서는 기존의 가전체 문학과는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 임제의 소설은 단순한 현실도피나 저주가 아닌 인간의 심성과 심리를 형이상학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작품세계는 우리 고전소설 중에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3. 홍길동전
허균이 지었다고 전하는 고소설 「홍길동전」은 최초의 한글소설이라는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사회의 모순을 척결하고 적서 차별에 항거한 사회소설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비범한 주인공을 내세운 영웅소설이면서 이상향을 그리고 있는 낙원사상의 소설이기도 하다. 또 길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