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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세국어 정동사의 용법
1.1. 서론
중세국어의 어말어미는 담당하는 기능에 따라 정동사(verba finita), 부동사(converbum), 동명사(nomina verbalia) 어미로 나뉜다. 이 중 정동사 어미는 주어에 대한 진술을 종결하는 서술어의 형태로서, 문장을 종결하는 통사론적 기능을 담당한다. 정동사 어미의 종류는 화자의 태도, 즉 서법(敍法)에 따라 설명ㆍ감탄ㆍ의문ㆍ공동ㆍ명령ㆍ허락ㆍ약속의 일곱 가지 용법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정동사 어미의 용법에 대한 면밀한 고찰은 국어 문법의 정밀하고 체계적인 기술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연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1.2. 중세국어 정동사 용법
1.2.1. 설명법
정동사의 설명법은 화자가 문장 내용을 청자에게 단순히 서술하거나 설명하는 진술 태도가 나타나는 문장 종결법이다. 설명법의 기본 어미는 '-다"이다. 그런데 직접 선행하는 형태가 계사의 어간 '이-'나 선어말어미 '-오/우-, -과-, -니-, -리-, -더-'이면 이 '-다"가 '-라"로 교체된다.
예를 들어 "을 듣고져 ㅎㆍㄴㆍ다"(월석 18:75)와 같은 경우 '-(ㅎ)ㄴ다'가 설명법의 기본 어미 '-다"로 나타났다. 그러나 "찻믈 기ㄹㅡㅭ 를 비ㅿㅏㅸㅏ 오라 ㅎㆍ실ㅆㆎ 오ㅿㅏㅸㅗ이다"(월석 8:91)에서는 계사 '이-'와 선어말어미 '-오/우-'가 선행하여 '-다"가 '-라"로 교체되어 나타났다.
이처럼 중세국어의 설명법 어미는 '-다"와 '-라"로 구분되었는데, 현대국어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사라지고 일률적으로 '-다"로 통일되었다. 다만 계사 '이-'나 선어말어미 '-리-, -더-' 뒤에서는 '-라"로 교체되는 모습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한편 중세국어의 설명법에는 공손법에 의한 구분이 없었다. 현대국어에서 공손법에 의해 '-ㅂ니다, -습니다' 등의 어미가 사용되는 것과 달리, 중세국어에서는 선어말어미 '-ㅇㅣ-'를 통해 공손법이 표현되었으므로 별도의 공손법 설명법 어미는 존재하지 않았다.
1.2.2. 감탄법
중세국어의 감탄법은 "감동법의 선어말어미 '-도-'와 설명법어미 '-다'가 결합하여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를 통해 중세국어 화자의 주관적인 감정이나 정서를 표현하는 문장종결법의 특징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중세국어에서는 "'-도다'"와 "'-?도다'"가 감탄법의 기본 어미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나그내 시르믈 ?로미 잇도다(杜初七, 2)", "四時? 조차 노?도다(朴通上, 18)"와 같이 감동법의 선어말어미 '-도-'가 결합된 형태가 나타난다. 또한 형용사의 경우 과거 시상의 선어말어미 "-아/어-"와 "-거-"에 계사의 설명법 "-ㅣ라"를 연결하여 감탄법을 표현하기도 했는데, "아디 ???얘라(佛頂, 13)", "體보미 어렵도소니 뮈우믈 ???며 구더 허로미 어렵도다(金三二, 7)"가 그 예이다.
한편 중세국어에는 감탄법의 고유한 어말어미도 존재했는데, 현대국어의 "-구나"로 변한 어미 "-고나"가 중세국어 말기부터 확인된다. 이는 현재의 선어말어미 "-?-"를 선행시키기도 했고, 감동법의 선어말어미 "-도-"를 결합하여 "-도고나"와 같은 형태로도 나타났다. 또한 근대국어에 이르면 "-괴야, -?괴야, -로괴야" 등의 어형이 등장하는데, 이는 중세국어의 "-괴여"로 추정된다.
결국 중세국어의 감탄법은 선어말어미와 종결어미의 결합을 통해 다양하게 구현되었으며, 이는 당시 화자의 정서적 반응을 생생하게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1.2.3. 의문법
중세국어의 의문법은 현대국어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중세국어에는 형태상 두 가지 의문문이 존재하는데, 가부(可否)의 판정을 요구하는 의문문과 의문사를 제시하여 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의문문이 그것이다.
전자의 경우 의문문의 종결어미 "-가"가, 후자의 경우 의문문의 종결어미 "-고"가 그 기능을 담당하였다. "-가"의 경우를 판정의문, "-고"의 경우를 설명의문이라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이 두 사미 眞實로 네 항것가"와 같이 판정의문이 사용되거나, "세 몇리 녀시니잇고"와 같이 설명의문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15세기 국어에 이미 설명의문문에도 "-가"가 드물지만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이 중세국어의 의문법은 현대국어와는 다른 체계를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중세국어에서는 체언에 보조사가 붙어 의문문이 되기도 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리 너희 종가"와 같이 체언에 보조사가 결합하여 의문문을 나타내는 예가 있다.
종합하면, 중세국어의 의문법은 현대국어와 매우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판정의문과 설명의문의 구분이 뚜렷했으며, 체언에 보조사가 결합하여 의문문을 구성하는 등 독특한 양상이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1.2.4. 청유법
중세국어의 청유법은 화자가 청자로 하여금 어떤 행동을 함께 하도록 권유하는 서법이다. 중세국어의 청유법어미로는 "-져"가 대표적으로 사용되었다. 이 어미는 중세국어 말기에 "-쟈"로 변화하였고, 이후 현대국어의 "-자"로 발달하였다.
"-져"가 "-쟈"로 변화한 것은 의문법어미 "-녀>-냐, -려>-랴"의 변천과 함께 중세국어에서 근대국어로 넘어가는 시기에 일어났던 변화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의 근원은 문장의 말음이 개모음 "ㅏ"로 통일되는 경향에서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국어의 문헌에서는 청유법어미 "-져"와 명령법어미 "-라"가 결합하여 "권유하여 함께 갈 것을 요구"하는 기능을 나타내는 예들이 확인된다. 이는 청유법어미와 명령법어미가 결합하여 더 강력한 요구나 권유의 의미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