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 기행: 팔레르모 아그리젠토 시라큐스를 찾아

소개

다음 글은 필자가 2008년 3월 7일에 걸친 시실리 여행 후에 쓴 기행문이다. 요즘 수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가서 책이나 블로그를 통해 숱하게 많은 여행기를 내놓고 있지만 이 글이 그런 여행정보 중심의 글과 다른 점은 주로 방문하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보려고 한다는데 있다. 이에 더해서 최근의 시사 문제에 대한 코멘트도 드물지 않게 여기저기에서 해놓고 있어서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정세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갖는 독자라면 누구든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의 총분량은 32페이지다.

목차

시실리 여행기 1: 팔레르모에서의 첫날
시실리 여행기 2: 팔레르모와 노르만 왕조
시실리 여행기 3: 아그리젠토와 시라큐스
시실리 여행기 4: 카라바지오를 찾아서
시실리 여행기 5: 부활절 밤의 밴드행렬

본문내용

시실리 최대의 도시 팔레르모로 가는 항공편은 원래 오전 11시에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비행기가 뜬 시간은 그로부터 한 시간이 넘게 지난 다음이었다. 보통 점보제트기를 탈 때와는 달리 60인승이 될까 말까 한 단거리용 ATR 쌍발 프로펠러기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활주로에서 세차게 부는 바람을 다 맞아가면서 탑승을 해야 하게 되어 있다.

튀니스-팔레르모 항공편을 예약하기 전에는 원래 팔레르모 부근의 트라파니에 도착하는 카페리를 탈 생각이었다. 그러나 여행사 직원으로부터 배편도 있지만 비행기편도 있다는 얘기를 듣고 각각의 비용과 걸리는 시간을 비교해보니 좀더 비싼 돈을 주고 비행기를 타는 쪽이 시간을 절약하는데 더 낫겠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내가 탄 비행기는 튀니스 공항에서 이륙하면서 요란한 프로펠러 소리를 낸다. 마침 내 자리가 날개가 있는 중간 위치라서 그런지 진동이 유난히 많이 전달되어 온몸이 덜덜 떨릴 정도다. 이렇게 한 시간을 견딜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 했지만 사람이란 어디에든지 적응을 잘하는 동물이라 그런지 한 십 분이나 지났을까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바다 위를 얼마 날지 않아서 벌써부터 작은 섬들이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시실리 앞 바다에 있는 판텔레리아 섬 정도가 아닐까 한다. 조금 더 있자니 시실리 섬 상공을 날고 있다. 팔레르모 공항에 다 도달해서 유난히 낮게 비행을 하다 보니 밑에 집들이 다 또렷하게 보인다. 튀니스 상공에서 봤던 집들은 모두 수평지붕으로 흰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다면 이곳 팔레르모의 집들은 경사가 진 지붕에 대부분 어김 없이 붉은색 테라코타 기와를 얹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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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들어간 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그림은 에롤리(Erulo Eroli)라는 화가가 그린 I Vespri Siciliani라는 대작이다. 이 그림에서 하일라이트는 시실리 주민의 칼에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프랑스 장교의 모습이다.

13세기 당시 시실리는 프랑스의 앙제방 왕조 치하에서 탄압과 차별을 받으며 불만을 키우고 있었다. 1282년 부활절을 맞이하여 시실리 한 타운의 주민들은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있었고 이 가운데 술에 취한 앙제방 군인들이 몰려와서 현지 여성을 희롱하기 시작했다. 이 여자의 남편은 이 군인을 단검으로 찔러 죽였고 이를 신호로 다른 주민들도 옷속에 숨겨놓고 있던 단검을 꺼내서 무방비 상태의 프랑스 군인들을 몰살시켰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