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갈매기`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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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엘렉트라’ 이후로 다시 토월극장에 방문했다.
이번 연극의 무대는 폐허에 가까울 정도로 거칠어 보였다. 벽은 여기 저기 허물어져 있었고 벽지에도 페인트 여기저기 있는 대로 뿌려서 거칠게 표현한 직선을 그어댄 듯한 무늬였다. 그 수직의 10m 벽 위에 수십 마리 갈매기들이 앉아 있어서 연극 ‘갈매기’를 보러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 벽에 생긴 상처들은 갈매기들이 부리로 쪼아대거나 할퀸 흔적 같았고 무대 꼭대기 까지 솟아있는 거대한 창문은 깨져서 비닐들로 대충 덮어 놓은 상태였다.
작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는 트레플레프, 배우가 되길 원하는 트레플레프의 연인 니나, 질투와 허영심에 가득 찬 트레플레프의 어머니 아르카지나, 세속적인 성공에 연연하고 아르카지나의 애인인 작가 트레고린 등 등장인물들은 이러한 상태 그대로의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한다.
등장인물들과 간략한 줄거리를 보니 밖에 붙어있는 포스터에서 보았던 4막의 코미디라고 적혀있던 것이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작가로 성공하기를 갈망하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트레플레프 , 마지막에는 성공한 배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니나 ,끝내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는 아르카지나등등 등장인물들은 모두 세속적인 삶에서의 성공을 바라지만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하고 있다. 극중에서 트레플레프가 총으로 잡은 갈매기는 어쩌면 이런 보통 사람들의 무너져버린 꿈을 형상화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갈매기를 붙잡고 오열하는 트레플레프를 보면서 나 또한 마음이 뭉클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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