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남자친구가 한 번도 없었던 친구

소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함.

목차

없음

본문내용

일산으로 이사 와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같이 졸업하고 지금까지 쭉 잘 알고 지내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이과, 나는 문과였고 그렇다하더라도 우연찮게 같은 반이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서로 집이 매우 가까워서 한명이 먼저 끝나면 다른 한명이 기다려주고 하면서 등하교 길에 있는, 없는 많은 얘기를 나누며 늘 같이 다녔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가족사부터 시작하여 친구의 친구까지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다. 이제는 학창시절 친구들이 각자 적성에 따라 대학에 진학했고, 특히 그 친구는 재수와 기숙사 생활로 떨어져 살기 때문에 등하교 길을 같이 할 수는 없지만 가끔 약속을 정하고 예전처럼 몇 시간씩 수다를 떤다. 그 수다의 내용은 대부분 옛날얘기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서로 변한 것은 거의 없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10살을 더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표정, 말투, 성격, 웃음소리 모두 그대로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늘어나는 한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과거사실에 대한 부정’이다. 그 중에서도 그 친구가 유독 부인하는 한 가지가 있는데 ‘자신이 대학교 신입생 때 2학년의 동아리 선배와 3개월 동안 사귀었다는 것’이다. 처음에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화두가 되었을 땐 심지어 좋아했다는 것도 부정했었다. 그렇다면 발렌타인데이때 거행되었던 그 요란한 행사와 선물은 무엇이며, 아직 입대도 하지 않은 그 선배를 위해 편지지를 한 뭉치씩 사고, 둘이 팔짱끼고 내 공연에 와서는 끝나자마자 날 팽개치고 둘이서 핑 가버린 건 몰래 싸우러 간 것인가? 그 친구로부터 직접 얻은 (그 친구가 직접 내게 건네준 편지나 사진, 그리고 했던 말 등) 정보를 토대로 내 말이 옳다고 설득하려고 해도 도무지 잘 되지가 않는다. 좋아하지 않았다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군대 가고 100일 휴가도 나오기 전에 편지 오는 것조차 싫어서 우리집 주소로 옮겨놨으니 말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