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격정과 사랑으로의 우회, `폭풍의 언덕`을 읽고

소개

무섭도록 강한 ‘인간의 격정’과 ‘사랑으로의 우회’, 「폭풍의 언덕」.
내가 자란 만큼 감동의 크기 역시 많이 변해있었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 그리고 현재까지, 시간의 폭은 전과는 다른 여운으로 다시 한번 나를 흔들었다.
복수에 늙어버린 ‘히스클리프’가 옛 사랑 ‘캐더린’의 망상의 그늘 밑에 살고 있던 폭풍의 언덕. 심한 폭풍우를 맞으며 그곳에 서 있다 갓 빠져 나온 자의 기분이랄까.

목차

없음

본문내용

작가 에밀리 브론테는 글의 중심 인물인 ‘히스클리프’의 출생이나 배경에 대해 금기를 다루듯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러한 점에서 그의 히스테릭한 성격을 두고 그것이 주위에 의한 변화의 결과물이었는지 아니면 그 스스로 타고난 것인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들어진 터였다.
싹처럼 돋아있던 열정에 불을 붙인 여자 ‘캐더린’과 순수한 그에게서 악마의 얼굴을 깨워 낸 ‘힌들리’, 그리고 엄마에게서 느끼지 못한 모성애를 미약하나마 느끼게 해준 가정부 ‘엘렌’ 등 부수적 인물들은 ‘폭풍의 언덕’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히스클리프’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가정’이란 공간에서 소외당한 채, 사랑의 좌절마저 겪는다는 것이 그 자신의 존재 가치, 즉 자아에 대한 상실 상태에 있는 한 소년에게는 크나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신도 감당하지 못할 모습으로 굳어져 버린 그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나무의 음성을 들었었던 그가 자신을 털어 내기까지는 지독하리 만치 긴 외로움이 뒤섞여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토록 변해버린 그는 어쩌면 제 3의 부류인지도 모른다.
비문명적, 다시 말해 너무 순수하기에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을 여과하는 체가 없었고, 감정을 사회라는 ‘체’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채, 정돈되지 못한 감정 그대로 발산해 버리던 그의 돌출적 표현들은 그에게 있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감정을 느낌 혹은 있는 그대로 흡입해버렸다, 때에 따라서는 몹시 쓴 것을 독하게 뱉어 버리던 것인 아닌가 하고 말이다.

참고자료

· 에밀리브론테(2001),폭풍의 언덕,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