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의 낙태의 현실과 그것을 둘러싼 맥락들

소개

이 글은 여성의 낙태권이 옹호되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과연 한국에서 낙태의 합법화가 온전한 해답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선택옹호론과 생명옹호론의 구도로 진행되었지만, 한국사회에 이 구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복잡한 맥락들이 너무나 많다. 여기서는 그 맥락들을 짚어보고, 낙태와 관련한 여성의 제권리-프라이버시권, 재생산권 등-가 어떻게 하면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보고자 한다.

목차

1. 서론

2. 낙태의 법적, 사회적 현실
2_1. 낙태관련 법들과 그것의 문제점
2_1_1. 「형법」에서의 낙태
2_1_2. 「모자보건법」에서의 인공임신중절수술
2_2. 낙태의 사회적 현실

3. 낙태를 둘러싼 맥락들
3_1. 국가주도의 ‘출산 통제’
3_2. 낙태 ‘당하는’ 여성
3_2_1. 10대 비혼 여성의 임신과 낙태
3_2_2. 여아 성감별 낙태
3_3. ‘여성은 콘돔을 씌울 수 있는가?’

4. 결론

본문내용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낙태에 대한 옹호와 지지담론을 충분하게 형성하고 공론화하는 것이다. 낙태반대의 담론에 비해, 한국에서 낙태를 지지하고 이를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려는 노력들은 너무나도 힘이 없어 보인다. 여성들로 하여금 낙태에 대한 죄책감과 침묵을 떨쳐내고, 그 경험을 공개하고 공유하는 것은 그녀들의 상처를 불완전하게나마 치유하고, 여성의 입장에서 재생산권을 구축해 나가는 운동에 있어 큰 힘이 될 수 있는 경험적 자산일 것이다.
낙태(를 비롯한 출산 조절의 기술들)에 대한 충분한 접근권은 여성의 프라이버시권, 행복추구권, 몸에 대한 통제권과 재생산권을 아우르는,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스스로의 권리를 획득하고 증진시키는 기초적인 바탕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공허하다. 낙태에 대한 옹호와 지지의 담론과, 여성의 입장에서 그런 것들로 채워지지 않는다면 그 ‘자율권’, 혹은 ‘선택’은 빈 껍데기만 남는다. 그 공백이 국가의 폭력적인 인구정책, 여아에 대한 성감별 낙태, 남성의 피임 기피 등으로 채워진다면, 낙태권이 여성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을까? 낙태를 허용한다고 해도 여성의 몸과 성에 대한 쾌락, 혹은 재생산의 도구화, 피임의 미비가 반복될 수도 있다. 양현아, 앞의 글, 19p.
‘사회적 조건 마련 (노력) 없는 여성의 ‘선택’이라는 믿음은 허상’ Petchesky, Rosalind Pollack, Abortion and Woman`s Choice, Boston:Northeastern University Press. 양현아, 앞의 글, 19p에서 재인용.
이라고 지적한 Petchesky의 지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참고자료

· 박숙자, 〈여성의 낙태 선택권과 입법과제 연구〉,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학》 제 17권 2호, 2001.
· 박순주, 〈십대 여성들의 낙태는 선택인가〉, 문화과학사, 《문화과학》 제21호, 2000.
· 배은경, 〈가족계획 사업과 여성의 몸 - 1960~70년대 출산조절 보급 과정을 통해 본 여성과 `근대`〉, 한국사회사학회, 《사회와 역사》 제 67권, 2005.
· 양현아, 〈여성 낙태권의 필요성과 그 함의〉, 한국여성학회, 《한국여성학》 제21권 1호, 2005.
· 오정진, 〈법에 나타난 낙태문제〉, 한국여성연구소, 《여성과 사회》 제 8호, 1997.
· 이숙경, 「낙태 보고서-연애에 나타난 권력 지형도」, 한국성폭력상담소, 『섹슈얼리티 강의』, 동녘, 1999.
· 이진경, 〈한국 `가족계획사업`의 생체정치학〉, 문화과학사, 《문화과학》 제33호, 2003.
· 뉴스전문 검색사이트 KINDS (http://www.kind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