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의 명절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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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언제부턴가 나는 추석과 설 명절 때 집에 혼자 남아있게 되었다. 물론 부모님과 동생은 설 추석마다 꼬박꼬박 풍산 조부모님 댁으로 발걸음을 한다. 특이하다 싶을지도 모르는 나의 명절 부재(不在)의 가장 큰 이유는, 갔다 오는 동안 유난히 멀미를 많이 하고 그 후에도 어지럼증이 심하게 남는 등의 신체적인 결함과 큰집인 우리 집에서 많은 제사를 치르기 때문에 굳이 조부모님 댁으로 가지 않아도 일년에 몇 번씩은 친척들 모두를 만난다는 사실 때문이다. 어렸을 때야 집에 어린아이를 혼자 남겨두는 것이 마땅치 않아서 약 먹이고 달래가며 풍산으로 향했지만, 어느 정도 자란 후에는 부모님도 굳이 억지로 데려가려고 노력하진 않으셨다. 지금도 추석이나 설 때, 꼭 한번씩은 `너도 가자`라는 말이 나오긴 하지만, 강제적이진 않다. 명절 때 유일하게 나타나는 증후군(이랄까 부담이 되는 것)은, 추석이 끝나고 집으로 밀려드는 음식과 과일들을 빨리빨리 먹어치워야 한다는 것 정도이다.


어머니

밤길을 달려 자정이 가까워오는 시간에야 집에 도착하셨지만, 어머니께서는 가져온 음식들을 냉장고 속에 밀어 넣기 바쁘셨다. 피곤하실 법도 한데, 그냥 두면 상한다고 하시며 과일은 과일대로, 고기는 고기대로 쌓아놓으셨다. 그런데 유난히 떡이 많아 보여, 웬 떡을 두 보따리나 갖고 왔냐고 했더니, 어디에 떡이 두 보따리가 있냐고 되레 물으시는 것이다. 그래서 식탁 위에 놓인 떡보따리를 밑으로 내려놓으니, 그제야 아차하시며 서울 작은집으로 갈 떡이 우리 집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어쩐지 모르게 어머니와 내 입에서 나오는 허탈함이 섞인 한숨소리.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