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배경과 한시의 미

소개

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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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역관이자 불우한 시인이었던 이언진이 서울 골목에 살면서 느낀 감회를 <동호거실> 157수로 읊은 것이 있다. 동호는 골목이란 뜻이다. 오늘날 중국에서는 후통이라 한다. 이 시들은 남들이 잘 짓지 않았던 육언절구의 형식이다. 더운 여름날 서울 거리는 어떠하였나?

街頭寒流如裝 箇箇扇不離手
가두한류여장 개개선불리수

大石敎師子項 看守痕一顆走
대석교사자항 간수흔일과주

거리 맡에서 땀이 간장 흐르듯 하기에
저마다 부채를 손에서 놓지 않는군.
대석교 사자목에
물 한 방울 떼구르르.

변화하고 물화 많은 서울에는 각양각색의 인물들도 많았을 것이다. 먹물 마시고 내뿜어 손가락으로 그림 그리는 사람, 닭 울음을 흉내 잘 내는 모창꾼, 코와 입으로 악기 흉내 내는 유랑예인이 있었는가 하면, 거지이면서 밤새 <맹자>를 읽는 사람, 시에 재주가 있어서 도둑인 남편을 구한 여인, 주인과 아들이 죽은 후에 과부와 고아를 구걸로 먹여 살린 종도 있었다. 그뿐인가, 사람보다 나은 원숭이도 있었다. 그 원숭이는 조련사가 죽은 후에 돈을 구걸하여 주인의 시체를 화장할 수 있게 하였다.
중인 출신의 문인인 조수삼은 이러한 이야기들을 한시로 노래하였다. <기이>라는 제목인데, 그의 호를 붙여 ‘추재기이’라 한다. 탐관오리의 재물을 털어 백성을 구하는 협객 일지매 이야기도 여기에 나온다.

血標長記一枝梅 施恤多數汚吏財
혈표장기일지매 시휼다수오리재

不遇英雄傳古事 吳江昔人錦帆來
불우영웅전고사 오강석인금범래

핏빛 표시로 일지매를 표기하고
탐관 재물 빼앗아 가난한 이를 구제한다네.
불우한 영웅 이야기는 예부터 전하나니
지난날 오강에는 금범이 왔다네.

일지매를 금범 고사의 감녕에게 견주었다. 금범은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는 사람을 좋게 부르는 말이다. 녹림이라는 말과 같다. 본래 중국 오나라 감녕의 고사에서 나왔다. 감녕은 협객인데, 오나라 손권에게 귀순하고 주유의 휘하에서 조조를 쳤다. 일찍이 살인을 하고 도망하였으나 오군에 협객으로서의 명성이 높았다. 길을 갈 때는 수레와 기마가 행렬을 짓고 배를 타면 쾌속선이 줄이었으며 시종은 비단옷을 걸쳤다. 가는 곳마다 머무를 때는 비단 줄로 배를 묶어두었다고 한다. 조수삼은 일지매를 감녕 같은 협객으로 평가하고, 구안자를 만나 공을 세우기를 기대하였다. 실상 불우한 영웅의 처지를 애처러워 한 것이다.

참고자료

· 한시기행 - 심경호
· 면암 최익현 한시연구 - 노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