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둘러보고

소개

덕수궁을 다녀온 후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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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100년 만에 찾아왔다는 최고 기온의 봄. 뜨겁게 달아오른 도심의 한 복판에는 100년 전 이보다 더 뜨거운 불길을 경험했을, 그러나 굳건히 자리해 온 궁궐, 덕수궁이 있었다. 행궁이었다, 별궁이었다, 정궁이었다 계속해서 역할이 변해온 이 궁은 사람들이 무슨 이름으로 어떻게 부르든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을 것이다. 고종 황제가 이 궁을 궁궐로 정한 이유는 덕수궁의 주변에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대사관이 존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었는데, 그렇게 보기엔 덕수궁이 안쓰럽다.
옛 기억을 떠올리며 아주 오랜만에 이곳을 찾았는데, 공사로 인해 입구의 위치가 바뀌어 임시 입구가 생겨있었다.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자리한 문화재이자 친구이자 쉼터, 그리고 역사의 보증터인 이곳을 나는 때로는 바쁘다고 혹은 찾아오기 힘들다는 핑계로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임시 입구를 찾아 삥 돌아가면서부터 조금씩 반성하고 있었다.
매표소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는 도중 아주 어리고 작은 꼬마숙녀들과 마주쳤다. 엄마와 아빠, 혹은 언니동생끼리 서로 손을 붙들고 아주 조심스럽게 한 발 두 발 내딛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마냥 크게만 보이던 청기와들 사이에서 조금쯤 애늙은이 같은 생각과 조숙함으로 아주 찬찬히, 그리고 꼼꼼하게 둘러보았던 모습도 기억났고, 자식의 교육을 위해 이 곳 저 곳 데리고 다니셨던 우리 부모님도 생각났다. 오히려 커가면서 귀찮아하고, ‘대충 하지 뭐.’라는 생각이 만연해지며 매너리즘에 빠진 나는 퇴행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불안하기도 하였다.
마치 어렸던 나의 모습을 한 어린 아이들은 제일 먼저 마주한 ‘정관헌(靜觀軒)’ 앞에서도 마주칠 수 있었다. 넓은 식탁과 의자들이 길게 놓여있고 시원스럽게 벽이 트여있는 이곳은 뒤뜰 사이에서 “나는 휴식처요.”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이 곳에 오기 얼마 전 춘천에 있는 호프집이 생각나기도 했는데 밤이 되면 그 건물의 유리벽을 한 쪽으로 모아 벽을 트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