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쏘시개

소개

교수님께서 칭찬하셔서 수업시간에 소개된 글.

목차

없음

본문내용

도서관에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제법 얇다. 일단 얇아서 맘에 든다. 책을 열어보니 보통 책과는 모양새가 틀리네? 희곡이다. 한 장씩 넘겨가며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어딘가 모르게 낯설었으나 책을 읽어보니 제목을 불쏘시개라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을 사랑하지만 그것을 불쏘시개로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갈등을 그리면서 이 책의 작가는 자신의 책에 대한 소중함과 애정을 그녀다운 필체로 적나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등장인물들은 간절히 불쏘시개를 원하고 있다. 전쟁 중에 이들은 자신에게 책을 읽음으로써 얻는 문학적 가치보다 지금 당장 내 몸을 녹일 수 있는 불쏘시개로써의 가치를 혼동하게끔 한다. 폭탄과 총알 세례에 둘러싸인 이 닫힌 공간에서, 재기 발랄한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등장인물에게 아주 악의적인 질문을 한다. 한순간의 온기를 포기하고 추위를 견뎌야 한다면, 희생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면, 도대체 어떤 책이, 어떤 문장이 가치 있겠는가?
추워서 책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태워버리는 마리나. 타들어가는 모습을 아름다운 불꽃이라고 하며 책을 태우지 못하는 교수와 갈등을 빚는다. 하지만 교수는 모두 태워버리고 나면 허무한 자살로 몰고 갈 내일을 생각하며 그녀를 달랜다. 태워버릴 책이 없으면 우리도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책은 우리가 죽어도 남을 영원한 가치가 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왜냐하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책을 불태우는 것은 우리의 문화를 잃어버리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전쟁에서도 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그녀만의 필체로 이 스토리를 잔인하면서도 아이러니하고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했다.

참고자료

· 불쏘시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