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자 『모순』- 삶의 모순, 그 이면의 진실

소개

양귀자님의『모순』비평문입니다.

목차

1. 주인공 ‘안진진’의 이름이 갖는 의미
2. 아버지의 양면성
3. 쌍둥이라는 장치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이면성 - 풍요와 빈곤
4. 불행한 순간의 행복 - 불행의 과장법
5. 다시 안진진.

본문내용

텔레비전의 드라마 따위를 통해 보이는 전형적인 술주정뱅이 가장들처럼, 진진의 아버지 역시 취기에 행했던 모든 일들 -가전도구를 박살내고,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 등- 에 대해 다음 날 술이 깨고 난 후,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뉘우치는 사람이기는 하다. 그러나 진진의 아버지 입장 가까이에 서서 변명 비슷한 것을 해보자면, 그는 ‘품위 있는 술주정뱅이’ 이었다.

그랬다. 범접할 수 없는 어떤 기운이 아버지에게 있었다. 아버지는 상스러운 욕설을 하더라도 입술을 깨물며, 이마에 푸른 힘줄을 돋우면서, 온 힘을 다해 자신도 지금 죽을 듯이 괴롭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 주었다. 오죽했으면 나와 진모는 물론이고 맞고 있던 어머니까지도 저토록 괴로운 일을 해야 하는 아버지에 대해 순간순간 동정심을 품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을까. 어쩌면 어머니가 순순히 당하고만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는지 몰랐다.

무능력한 자신을 대신해 가장이 된 아내가 힘들게 번 돈을 숨겨 놓으면, 그것을 찾아 또 다시 집을 나가버리는 진진의 아버지. 그는 폭력적이지만, 낭만적이고, 또한 사색적이기 까지 한 복잡한 인물이다. 오랫동안 집을 나가 방황하던 그가 돌아오는 시각은 항상 일몰 무렵이다. 낯선 거리에서 방황하다 해가 질 무렵 문득 느껴지는 서러움 때문이다. 그 가슴 아픔으로 인해 마구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자신이 일몰 무렵에만 돌아오는 이러한 이유를 딸에게 자상하게 일러주는 낭만이 그에게는 있다. 또한 아내가 숨겨놓은 돈을 찾아내, 딸과 나누어 가지며, ‘이 비밀을 서로 간직하자. 나중에, 서로 손바닥을 맞대어 보았을 때 똑같이 일치하면 그 때 서로 알아본 뒤 이 이야기를 하자’ 라고 진진에게 말하는 낭만성이 그에게는 있다. 비록 그렇게 낭만적으로 찾아낸 돈으로 술을 마시고, 또다시 폭력을 일삼는다 할지라도.
진진 역시 그러한 아버지를 원망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였다. 아버지가 그토록 겉돌아야만 했던 이유를, 손바닥이 일치한 날 물어보려고 하지만, 치매에 걸린 채 돌아 온 아버지의 손바닥은 진진의 손바닥보다 두 마디나 작아져 있었던 것이다.

3. 쌍둥이라는 장치를 통해 드러나는 삶의 이면성 - 풍요와 빈곤

소설 속에서 가장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바로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가 쌍둥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일란성 쌍둥이이다. 게다가 이 둘은 임신한 사실조차 의심되던 외할머니의 홀쭉한 배 속에서, 4월 1일 만우절에 태어난 쌍둥이이다. 똑같은 외모, 심지어 성격과 학교 성적 등 무엇이든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라는 이 장치는 소설 속에서 소설의 주제를 드러냄에 부족함이 없다. 풍요와 빈곤이라고 하는 절대 나란히 설 수 없을 것만 같은 모순된 두 현상이 똑같은 사람(동일인은 아니나, 동일인이라고 여겨지는)의 두 가지 삶의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풍요 속 빈곤이라던가, 빈곤함 속의 정신적 풍요 등등 말로는 하기 좋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이 아닌, 실재하는 삶으로서의 풍요와 빈곤의 모습은 진진의 어머니와 이모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어릴 적 부모님조차 구별하기 힘들었던 두 사람의 인생은, 결혼을 시작으로 급격히 달라지는 것이다. 우선 쌍둥이 중 한 명은 세상의 모든 행복을 가진 채 별다른 근심 ․ 걱정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되고, 다른 한 명은 반대로 모든 불행과 걱정을 다 안고 살아가야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리고 진진의 어머니가 바로 후자의 경우이다.
사진을 통해 들어온 중매에 10분 먼저 태어난 진진의 어머니가 먼저 맞선을 본다. 그로부터 얼마 후 또 다른 중매가 들어오고, 그때는 당연히 이모의 차례였다. 10분 먼저 태어난 것을 이유로, 어머니와 이모는 더 이상 같은 모습이 아니게 되었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