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최인훈의 가면고

목차

없음

본문내용

당신은 당신의 얼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번 작품 「가면고」를 읽는 동안 이런 유의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또 다른 ‘나’를 느꼈다. 물론 여기서 얼굴은 표피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한 인간의 육체와 정신(어찌 보면 내면적인 의미가 클 성싶다.)을 총체적으로 의미하는 삶의 정체성을 말한다고 여겨 틀림없다. 그렇다면 또 다른 ‘나’가 던져온 질문은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 당신은 당신의 얼굴이 쓰고 다니는 가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고. 한 발짝 더 다가간 의미심장한 질문에 나는 간간이 책장을 접어두고 중얼거린다. 가면? 가면이라······, 내가 쓰고 다니는 가면? 그것참 뭐라 답하기 힘든 질문을 스스로에게 받고 나니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어떤 전문연구가의 말을 빌자면 인간의 얼굴은 여타의 동물보다도 표정이 풍부하다고 한다. 표정은 감정의 다른 이름일 테다. 인간의 얼굴에 순간마다 드러나는 표정의 변화는 천차만별하고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그런 인간의 얼굴을 현대 문명은 가혹하리만치 억압하고 굴절시켜왔다고 그 연구가는 주장한다.
현대문명은 자성보다는 타성에 의해 조직되고 발전해 나가는 속성을 지닌다. 그런 현대문명을 주체랍시고 영위해 나가는 것 또한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은 모순적(또는 이중적) 존재인가보다. 문명의 다양성만큼이나 인간 또한 다양함은 부인할 수 없다. 그 다양한 군상들이 지향하는 목표는 오도될 만큼 오도되어 물적 이익을 꾀하는 것으로 수렴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적 이익이야말로 현대문명에서 숭배되는 인간의 얼굴, 다시 말해 우리의 얼굴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까닭을 내세워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본얼굴을 뒤덮은 가면을 제각기 만들어 쓰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나는 여기 「가면고」에서 잃어버린 본얼굴을 찾아 헤매도는 유랑자, ‘민’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내 스스로의 가면 찾기로 착각한다. 아니 절실함을 고백한다. ‘민’의 떠돌이 방랑은 자기애가 부족(또는 인식하지 못함)한데서 기인하는 사랑의 자리 매김을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볼 때, 사랑 역시 자기자신의 자아 정체성에서부터라는 논리를 낳는다. 사랑에 무슨 논리가 있겠고 필요하겠는가마는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따져본다면 굳이 그렇다는 것이다.

참고자료

· -가면고, 최인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