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담연구]해가 된 오라비와 달이 된 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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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사람이 밥만 먹고 살지 못한다는 명제가 그리 새삼스러울 것 없는 시대가 지금이다. 아니, 인류 역사의 초창기부터 그것의 기록장인 사서의 마지막 페이지에 마침표를 찍을 때까지, 참 명제인가 거짓 명제인가를 가름하는 문제와는 달리 존재하는 명제일 테다. 나는 성급하게 혹은 일방적으로 진단해본다. 거기에 문학(예술)이 있기 때문이라 말이다. 그렇다. 문학의 형태가 주어지고, 각각의 세부 장르가 시대적 추이에 따라 변형 발전 형성되어오는 과정에 문학이, 문학이란 이름으로 명명되었던 것이지 그 이전에는 이와 같은 구체적 형태며, 이름이 없었음을 우리는 안다. 그렇다면 그 버다 먼저 살다간 인류의 선조들은 밥만 먹고 살다 땅속에 뼈를 삭혀 사라져갔단 말인가. 그것 역시 아니었음을, 고대 동굴의 벽화에서 발견되는 상형의 기호 같은 그림이나 아직 썩지 않은 거북뼈(갑골)의 흔적에서 우리는 안다. 그것 뿐만은 아니었을 테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치마폭에 드러누워 들었던, 들으면서도 내용이 너무 무서워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밤을 설쳐야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찌나 무섭고 재미있었던지 할머니 치마폭을 벗어나면 이야기 속의 그로테스크한 형상들이 눈앞에 날 것 같은 마음에서도 귀는 종긋 세웠다. 그후 근대 교육을 받으면서 그와 같은 재미를 나는 활자에서 찾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할머니와의 이승에서의 인연이 끝나, 이미 문학의 틀이 확고해진 동화나 소설에 빠져버린 것이다. 세상살이를 이와 같은 글들만 읽고 살 수 없겠는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 책들을 읽을 때면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뒤 머리가 굵어지면서 과연 이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그 재미의 근원을 찾아 헤메이거나, 그것의 탐닉에 흠뻑 취해 벗어날 줄 모르는 상태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 글을 문학이 가져다주는 재미의 근원과 원인, 그리고 그것에 취하는 인간의 심성에 대한 나름의 해석의 시도로 간주한다. 다만, 그 범위를 이 글의 목적(과제물)과 특성(주어진 과제의 성격)에 맞춰 문학 이전부터 있어온, 그나마 최소한의 서사 맥락을 지니고 있는 민담에 둔다. 혹자들은 여기서 다루고자 하는 민담류를 문학의 범위에서 제외하곤 하지만 나는 이 글에서만큼은 그런 전제나 논란을 일제히 무시하기로 한다.

참고자료

· - 『聖과 俗』, M. 엘리아데, 이동하 譯, 학민사
· - 『詩論』, 김준오, 삼지원
· - 『한국 설화 연구』, 최운식, 집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