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쌀시장개방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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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시장 개방은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시작 이후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그러나 추가적인 개방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한국 쌀의 경쟁력은 여전히 낮은 상태에 있다. 현재 80kg 한 가마의 쌀값은 한국(서산간척지 쌀)이 160,000원, 중국 36,000원, 미국 40,000원이라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개방 유예 기간동안 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 당사자들에게 있다.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로 당사자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지 못하면 제3자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가 농업 구조조정을 이유로 농업에 깊숙하게 개입하는 동안 쌀 농가는 정부에 더욱 의존하는 타성을 갖게 되고, 자신들의 소득 보전을 위해 추곡수매가 인상과 칠레와의 FTA 비준 반대 등, 경쟁력 향상책이 아닌 개방 반대를 최대의 투쟁 현안으로 삼고 있는 실정이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은 적극적인 해결 방법의 모색은커녕 차일피일 미루면서 쌀을 비롯한 농산물 시장 개방을 둘러싼 불씨를 더욱 키워가고 있을 뿐이다.
이제 쌀 시장의 추가적인 개방은 돌이킬 수 없는 당면 과제로 다가왔다. 쌀 자급이 문제라면 가격 은 물론 품질에서도 다른 나라 쌀과 견줄 정도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 보조금에만 의존하여 자급자족을 실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원배분을 크게 왜곡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전통적인 개념의 쌀을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급자족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고와미등의 기능쌀과 완전미등과 같은 품질 높은 쌀 생산을 통하여 국내 소비자를 붙잡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개념으로 쌀 농가를 한시적으로 돕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추곡 수매등 전체적인 농가 소득 보전 차원의 농업지원 정책은 과거의 예를 거울삼아 과감하게 폐지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곡물 메이저에 의한 횡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들은 세계 쌀 생산에 대한 정보우위를 바탕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으므로 그 자체를 비난할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정보를 활용하여 국내 쌀 생산의 길잡이로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며, 합리적인 쌀 소비를 유도할 수도 있다. 또한 세계의 쌀 시장이 소수의 기업에 의해 독과점화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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