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원인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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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하늘을 한 10월 주말 과제라는 약간의 부담을 안고 원인재를 답사하게 되었다. 인하대학교에 입학하여 인천과 인연을 맺은지도 어느덧 햇수로만 5년 나름대로 역사에 재미도 있고 흥미도 있는 나로서는 나의 고향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두 번째 터전인 인천의 역사를 안다는 것이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좋은 날씨 덕에 과제라는 부담보다는 오랜만에 바람 좀 쐰다는 기대감이 다가왔다. 그런데 이런 기대감처럼 원인재는 그다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침 원인재 근처에 사는 친구의 도움으로 쉽게 찾을 수 있었을뿐더러 원인재 위치역시 인천 연수구 선학동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어서 그 다지 문화 유산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원인재역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면 왠 비석과 함께 한옥 집이 하나 보인다. 시조공신고비라는 비석으로서 아마도 인주이씨의 시조인 이허겸의 공적을 기록한 비석이라고 한문을 잘 모르는 나는 지레 짐작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시조공신덕비 바로 뒤 원인재 입구 앞에는 고려증상서좌복야상주국소성현개국후이공허겸신도비명병서라는 것이 있었다 거기에는 글을 읽어 보면 인천이씨의 시작부터 역사적인 가문의 인물들과 지금 원인재가 있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와있다.

나는 일찍이 말하기를 「한 씨족의 시조가 되어 이어갈 수 있는 위업을 창조하고 확고한 터전을 수립하여 불억(不億:많은 수효를 말함)의 후손으로 유구한 세월에 걸쳐 하늘과 신의 보호를 받은 것과 같기에는 그 누가 시켜서 그러한 것인가」라고 했다. 급기야는 많은 세고를 겪으면서 고금의 사람들을 가늠해 보니 거의가 가정이나 국가를 위하여 자기의 할 수 있는 힘을 다하는 자가 없음으로서 덧없는 흥망성쇠가 순식간의 순환반복을 보게 되었다. 나는 두려운 듯이 마음속으로 말하기를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나?」
아! 천지는 유구하다 빗방울처럼 많은 사람들은 의의없이 왔다가 근거없이 가게되니 풍연과 같이 모였다 흩어지고 초수와 같이 썪어 없어질 뿐이다. 그러한 와중에서 풍성하고도 위대한 훈업으로서 국가의 틀이 되어 임금이 토지와 성씨를 내려주며 작을 봉하고 종을 세울 정도인 사람은 아마도 천,백명 가운데서 하나 둘도 채 못될 것이다. 천 백분의 일, 이 밖에 안되는 소수만의 사람으로서 훌륭한 문벌을 보유하여 누백대에 전해지고 몇만호로 헤아려서 여지사람들의 흠모대상이 되기에는 반드시 풍부한 수양과 누적된 덕망의 토대에서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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