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경마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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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상 및 비평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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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인텔리를 대표하는 R은 작품 내내 깔끔하게 다려진 카라넥 셔츠와 넥타이로 치장한 채 등장한다. 또 지식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안경 역시 필수적이다. 그의 말투에는 그와 함께 대화를 하려고 마주 앉은 사람을 무안하게 할 정도로 차갑고 매정한 어조가 실려있다. 자그마한 부분까지 모두 들쳐가며 낱낱이 캐내고 나서야 다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는 그의 성격에서는 일말의 인정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J에게 그녀의 몸을 요구할 때에도 그는 한번도 그녀 앞에서 수그러드는 법이 없다. 그녀의 몸을 당연히 자신의 소유인 것처럼 여기며 그의 듣기 거북한 언변은 끊이지를 않는다. 수시로 “나는 지금 너를 갈망하고 있다.”라는 노골적 표현을 해가며 J에게 집요하게 매달리는 R에게서 인텔리의 허위적 면모가 더욱 불거져 나온다. R이 귀국하고 처음 가족들을 만난 날 그의 아내는 빨간색 블라우스와 빨간 립스틱으로 단장하고 그를 맞이한다. 물론 그 동안의 서운함과 불만스러움으로 가득 찬 표정이긴 하지만 몇 년만에 재회하는 남편과 보낼 첫날밤을 내심 기대하는 눈빛이다. 그러나 R의 마음은 이미 떠난 지가 오래다. 어떻게 해서든 J와 여관에서 잠을 자려고 기를 쓰곤 하던 그의 태도와는 너무나도 다르게 부인을 대하는 태도는 냉담하기 그지없다. 시종 ‘해라’, ‘했느냐’, ‘했는가’ 등 상대에게 명령하는 듯한 어조에서 R은 아내 앞에서 스스로의 지위를 격상시키고자 하는 우월의식만을 내비칠 뿐 남편으로서, 가장으로서의 다정다감한 모습은 결여되어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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