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란 무엇인가 - 자크 라캉의 이론을 바탕으로

소개

자크 라캉에게 있어 그림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논문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이와 관련해서 의태, 라캉은 '이러한 사실은 궁극적으로 의태라는 큰 제목 아래 다양하게 변주되는 일련의 현상들을 통해 관찰될 수 있다. 이는 성적 결합뿐 아니라 목숨을 건 사투에서도 분명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동물들의 세계에서의 의태를 암시하고 있는 것인데, 동물들이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변화시킴으로써 타자에게 자신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적극적인 활동들은 대체로 번식을 위해 상대를 유혹하는 성적 결합의 순간, 혹은 목숨을 건 사투의 순간에 등장한다는 것. 또한, 존재가 삶과 죽음의 효과 속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이처럼 자기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형태들을 통해서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의태라는 것은 자신의 신체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 의태가 가장 극단적이고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일어나는 순간들은 생식의 순간, 혹은 죽음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 생식의 순간과 죽음의 순간에 비슷한데 그 자신은 아닌, 일종의 허울semblant을 보여줌으로써 의태 기능을 과시한다. 라캉은 이를 종이호랑이[가면]라고도 부른다. (107)

<중 략>

라캉은 여기서 인간 주체를 두 가지 방식으로 이해하는데 하나는 이미지에 사로잡힌 주체, 다른 한 가지는 바로 움직일 수 있는 기표의 주체다. 전자의 경우는 규정된 주체, 상상계적인 주체이며 즉 그려진 주체라는 것이다. 나는 몇 살이고, 나는 남자, 혹은 여자이며, 나는 어떤 집안에서 태어났는지에 대한 의미들이 존재한다면 그 의미에 우리는 완전히 갇혀 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게 좋건 나쁘건 우리 자신의 이미지에 완전히 미혹당하고, 고착당하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이미지에 사로잡힌 주체로 본다면, 다시 말해 상상계적 주체이며 유한성의 주체, 또는 붙잡힌 주체라고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안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우리 자신을 다른 방식으로의 사유 가능성 자체를 차단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사실상 동물의 수준으로 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라캉은 또 다른 두 번째 주체를 가정한다. 기표의 주체, 기표의 주체라는 것은 기표와 기표 연쇄 사이에 어떤 움직이는 주체, 혹은 그 순간 섬광과 같은 주체를 의미한다. 고착화된 의미의 세계로부터 빠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의 주체를 보다 우월한 주체로 보는 것이 바로 라캉의 관점이다. 물론 그처럼 다른 기표와 연결시킴으로써, 혹은 그러한 사건에 자신을 개방함으로써 주체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고, 그 또 다른 의미에 다시 사로잡히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 기표의 연쇄 작용의 반복을 통해 지속적으로 고착되는 의미로부터 빠져나가는 주체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관건이다. 정리하자면, 인간은 상상계적 의태 기능을 통해 이미지에 온전히 사로잡히는 동물과는 다르게 다른 방식으로 자신을 사유할 수도 있는 주체라는 것이다.

참고자료

· Jacques-Alain Miller . The Seminar of Jacques Lacan Book XI. W. W. Norton & Company: 1998.
· 백상현. 라깡의 인간학. 위고: 2017.
· 백상현. "라캉 세미나 11의 세밀한 강해." <http://www.artnstudy.com/n_lecture/note/라캉_세미나_11의_강해>.
· 안수진. "'그림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라캉적 답변." 예술과미디어학회. 2019.
· 자크 알렝 밀레. 자크 라캉 세미나 11. 역자 맹정현, 이수련. 새물결: 2008.
· 정은경. "그림이란 무엇인가? ." 한국현대정신분석학회.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