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삼촌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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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기영이 그린 이야기는 제주도에서 벌어진 아픈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처음 펼쳤을 때부터 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 숨어 있던 공포와 사람들의 절망감이 몇몇 장면에서 날것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한편이 무거워졌다. 그 시기에 벌어진 국가적 폭력에 대해 미처 몰랐던 부분이 많았던지라, 어두운 그림자가 페이지마다 드리워진 느낌을 받았다.

읽는 도중, 사건의 배경이 된 4·3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알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아봤다. 그런데 문자로만 된 기록을 접하다가 이 작품에서 살아 숨 쉬는 개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니 체감이 훨씬 더 생생했다. 어떤 상황에서 양민들이 억울하게 희생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런 부분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처럼 머릿속에 그려졌다.

사건의 한가운데서 흔들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바람이 유난히 거센 날에 들리는 울부짖음처럼, 무거운 감정이 가슴을 짓눌렀다. 무력감과 혼란스러움, 그 속에서 어쩔 수 없이 목숨을 잃어야 했던 평범한 이웃들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 같았다. 작중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이 두려움 속에서도 희미하게 희망을 지키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일 때마다 내내 안타까움이 일었다.

개인의 목소리가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울림을 만들어낸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이 이야기에도 그런 흐름이 잡힌다. 역사 속에서 누군가는 가해자의 편에 섰고, 누군가는 아무런 힘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자세히 밝혀지지는 않지만, 낯선 사람들 틈에서 누군가는 동조를 강요당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저항하려다 처참히 쓰러졌다. 그 장면을 지켜보는 독자의 마음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겪는 공포가 늘 폭력의 방식으로만 해결되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든다. 어떤 주인공이 보여주는 반항심이 어떻게 꺾이는지, 또는 끝끝내 꺾이지 않고 비극을 맞이하는 모습이 마음속에 남았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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