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그이웃나라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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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라 버드 비숍여사가 이 책을 쓰기 위해 한국에 머물렀던 시기는 청일 양국이 동학농민전쟁을 꼬투리 삼아 조선 땅에 군대를 출병하려던 1894년부터 러시아와 일본이 조선의 운명을 놓고 다시금 격돌하려던 1897년까지이다. 네 차례에 걸쳐 한국을 답사한 뒤 썼다고는 하지만 서구인의 편견이 가득한 눈으로 더군다나 그 3년 동안 예순이 넘은 노구를 끌고 얼마나 사실적으로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녀는 조랑말을 타고 혹은 걸어서 한반도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위로는 고종에서부터 아래로는 최하층 빈민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거의 모든 것을 탐구하고 기록했다. 그 목록에는 그 시기의 정치, 교육, 상업, 재정과 조선의 역사까지 포함되는데, 동양의 해박한 지식과 당시의 국제 정세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도 놀라운 것이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나룻배를 타고 남한강을 따라 양주, 여주, 단양, 청풍을 둘러보고 금강산의 4대 사찰과 안변의 석왕사를 돌아본 뒤 다시 파주, 안주, 덕천, 순천을 여행한 것으로도 모자라 한국인의 삶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시베리아에 정착하고 있는 한인촌을 찾아보는 그녀의 열정과 이를 통해 얻은 한국의 식생활, 요리, 양념, 빨래, 결혼, 장례 풍습과 같은 일상생활은 물론 조랑말의 먹이와 습성, 상품들의 가격과 품질, 숙박요금, 당시의 유행가, 여성의 생활, 평양의 기생, 무당의 굿과 귀신들의 계보 등에 대한 생생하고 세심한 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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