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기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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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시 아파트 작은 정자. 그곳은 아기 맨발을 간지럽히는 게 짧다 한 잔디가 빼곡히 심겨 있다. 그 잔디 위로 둔탁한 나무들은 모여 삶의 무게를 받쳐주는 평상이 되었다. 평상 옆 커다란 나무는 궂은 비와 뜨거운 햇살을 막아주는 우산이 되어, 지나가는 이들이 쉴 수 있게 해주었다.
봄에는 강아지 한 마리와 노인이 앉아 쉬었다가 가는 쉼터로, 여름에는 비 내리는 밤 우산 놓고 온 아버지의 우산으로, 가을에는 가족끼리 도란도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거실로, 겨울에는 동네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눈사람을 만드는 추억 상자로, 변하는 이곳에서 내 뿌리가 자랐다.

나는 속이 빈 깡통, 뿌리 없는 나무였다. 코로나19로 일상이 제한되면서 나는 뿌리 없는 나무인 채로 살아갔다. 삶의 회의를 느끼고, 모든 것들이 덧없게 느껴지던 2021년. 그 해 나는 이 정자를 만났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