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 친모더니티 반모더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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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시를 읽으며 대화의 주제로 삼는 것이 이제 필자의 세대에선 낡고 진부한 것이거나 혹은 유행이 아닌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듯하다. 시와 소설은 스피드하지도 감각적이지도 않으며 감수성과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금 나날이 발전하는 통신 시스템과 인터넷 환경을 보면서 놀라는 것만큼 시대에 대한 시선을 열어주는 작가들의 언어에 경이감을 느꼈던 때가 분명 있었는데, 참으로 그것이 언제인지 싶다.
와일드(Wilde)는 예술이 삶을 모방한다는 것이 아니라 삶이 예술을 모방한다고 했다.1) 예술 작품이 우리에게 열어준 시선 속에서만 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여기서 갑자기 오스카 와일드의 ‘예술을 위한 예술 Art for Art’s Sake’ 이론을 꺼내는 이유는 그가 위와 같은 논의 속에서도 예술작품에 윤리성이 강요되는 현실을 비판할 구실을 찾았으며, 그것이 필자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와일드의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예술 개념은 예술가가 아무런 사회적 교류 없이 예술작품을 만든다거나 예술 작품이 어떠한 사회적 가치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예술작품이 창조하는 세계의 자율성과 그 주도적인 역할은 강조되어야 할 것이나, 예술작품이 일상의 생활에서 사용될 수 있는 용도에 따라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일 것이다.

필자가 관심을 가졌었고, 적어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작가들은 대부분 90년대 초반에서 90년대 중반사이에 영향력을 미쳤던 작가들이다. 얼마 전 황지우 시인의 ‘어느날 나는 흐린 酒店에 앉아 있을 거다’라는 새로운 시집이 출간되었다. 그런데 필자가 시집을 살 때 같이 있던 필자의 친구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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