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현대작가론 A+ 레포트 - 엇갈린 사랑을 표현하는 세 가지 방법 (왕가위, 장국영, 양조위 그리고 장만옥)

소개글

장만옥, 양조위, 그리고 왕가위의 페르소나라 불렸던 장국영을 중심으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 전반을 분석한 글입니다. 세 배우가 맡은 캐릭터의 특징과 사랑을 표현하는 서사에 관한 사견이 들어간 글이나, 영화쪽으로 저명한 교수님께 A+을 받은 레포트라 퀄리티는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목차

1. 아비, 구양봉, 보영, 그리고 장국영
2. 아휘, 맹무사, 차우, 663, 그리고 양조위
3. 쑤리진, 자애인, 그리고 장만옥

본문내용

비에 젖은 골목길처럼 쓸쓸하고 처량한 장국영의 눈빛 속 고통은 보는 사람도 고통스럽게 하는 기이한 힘을 갖고 있다. 이유도, 기원도 확실치 않아 공포가 아닌 불안이 되어버린 삶 속에서 조금씩 죽어가는 세 인물은 장국영이 아니면 완벽히 연기해낼 수 없는 피사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눌러담은 비애와 흉터, 그 모든 것을 한 품에 끌어안은 대륙인 홍콩. 장국영은 마치 그런 홍콩의 내면을 빚어 만들어 놓은 사람 같다. ‘잃어버림으로써 비로소 깨닫게 되는 사랑’은 진심과 경험을 통해 또렷이 드러난다. 사랑을 타자화하는 동시에 그런 감정을 나누는 데 익숙한 타인을 질투하는 아비와 구양봉의 눈은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역시 사랑 연기는 실력과 노력만으로는 결코 완벽히 해낼 수 없구나. 장국영을 보고 있으면 항상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중 략>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에서 그는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나 역시 글을 마치며 스스로에게 아주 근본적인 질문 하나를 던지고 싶다. “그럼 과연, 왕가위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
그의 영화 속 대사는 다소 이질적이고 의뭉스러운 느낌이 든다. 감성을 자극하나 도저히 현실 세계의 사람들이 나눌 법한 단어나 문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롱테이크 기법이 많이 쓰인 지아장커 감독의 작품과 달리 왕가위의 영화는 장면의 전환이 예상을 뒤엎고, 카메라 무빙 역시 비교적 빠르다. 그렇기에 그의 필름은 영화라기 보다는 뮤직비디오처럼 느껴진다. 다시 앞선 질문에 대한 대답을 생각해본다. 정말 그가 표현하고자 한 사랑이란 과연 무엇일까. 아마 노력해도 안되는 것. 혹은 이뤄지지 않는 것. 혹은 불가능한 조건 아래서 완전히 엇갈려야만 비로소 카메라에 담을 가치가 생기는 모순적인 것.

참고 자료

안승웅(2012), 「무협영화로 동사서독(: Ashes of Time)읽기」, 『동북아 문화연구』, vol.30, p.58
고찬경(2009), 「시간이 쓸어 간 청춘이 남긴 기억」, 『코기토』, vol.65, p.307-316
박민호(2011), 「정성일의 중국영화 평론을 통해 본 아시아 영화 연대의 상상」, 『중국학연구』, vol.57, p.53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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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서독 東邪西毒; Ashes of Time, 1994
아비정전 阿飛正傳; Days of Being Wild, 1990
중경삼림 重慶森林; Chungking Express, 1994
해피투게더 春光乍洩; Happy Together, 1997
화양연화 花樣年華; In the Mood for Lov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