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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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어.”
남의 집을 청소해주며 생계를 꾸려가는 여자가 있다. 그 집은 다름 아닌 친구의 집, 여자는 개의치않고 자신의 갈고닦은 노하우로 집을 말끔이 청소한다. 청소의 몫으로 일당 4만 5천원을 받고, 조심스럽게 쌀을 얻어갈 수 있냐고 묻는다. 한 손에는 쌀이 담긴 검은 봉투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담배를 물며 한강 다리를 걸어오는 여자, 미소. 미소의 유일한 낙은 담배를 피고, 하루 한 잔의 위스키를 마시는 것이다. 그러나 2015년, 담뱃값이 오르고 월세마저 오르자 미소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결국 미소는 겨울만 되면 매서운 바람이 들이치던 집을 포기하고 목적지가 없는 여행에 나선다.

역시나 미소의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대학 시절, 함께 밴드를 했던 친구들에게 연락해 그들의 집에서 하룻밤씩 묵게 되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매서운 겨울바람과 다를 바 없었다. 집이 없어 남의 집을 전전하면서도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못하는 미소에게 그들은 염치가 없다며, 한심하다고 말한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자신의 집에서 평생 살게 해줄 테니 결혼을 제안하기도 한다. 그런 그들에게 미소는 정중히 말한다. 집이 없어도 생각과 취향은 있다고.
이 말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담배와 술은 고상한 취미와는 거리가 멀다. 생산적인 활동도 결코 아니다. 어쩌면 사회의 해악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것을 통해 미소는 지친 삶을 위로 받으며, 살아있다고 느낀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이것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
가령 내가 졸업을 미루면서까지 영화를 찍고자 한다거나, 내 앞길 건사하기도 어려운 마당에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운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사회는 나이를 비롯한 현실적인 이유 등으로 재차 물음을 제기한다. 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