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 -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사이>(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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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서양의 문화의 유혹과 거부감에 관한 영화라는 해석과 감독님의 설명에 깜짝 놀랐다. 물론 영화 속에서 플룻을 하는 이보희와 대금 연주를 하는 안성기의 대비는 극명하다. 이보희가 사는 양옥집과 안성기의 한옥집의 대비 역시 극단적이다. 한옥집에서 한복을 입고 어머니 앞에서 대금을 부는 안성기의 모습은 좀 웃기기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보희가 욕망에 눈을 뜨고 그에 중독되어 가는 것과 서양문화에 젊은이들이 빠져드는 것을 동일시할 수 있을까? 이보희를 통해 서양문화를 논하는 것은 그저 영화만을 본 상태로는 잘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인지 모르겠는 이보희 동생의 마이클잭슨 춤이 뜬금없이 몇 번 들어가는 것처럼 그런 정도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난 이 영화가 처음에 이보희가 욕망에 눈을 뜰 때는 에릭 로메르의 끌레르의 무릎 같은 영화인 줄 알았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어제 내린 비' 에서 나왔던 아버지의 외도와 그 여자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 그 여자의 재가 등이 이 영화에도 그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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