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후안과 돈 조반니의 비교에서 드러나는 위계질서의 균열과 그에 따른 여성, 하층민의 캐릭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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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현재 우리가 사는 사회가 평등하고, 위계질서가 없는, 모두가 수평적인 관계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사회일까? ‘그렇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과거에 비해서는 ‘위계질서에 대한 강조’가 약해지고 있다고 답할 수 있다. 과거의 우리나라에는 ‘양반’부터 ‘천민’에 이르는 신분제도와 여자보다 남자를 더 중시하는 ‘남아존중사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위계질서는 서서히 사라졌다. 그렇다면 유럽 사회는 어떨까? 유럽에서도 우리나라와 같이 다양한 위계질서가 서서히 사라졌고, 이에 따라 사회의 모습도 변화하였다. 점진적으로 사라져간 위계질서와 이에 따라 변화하는 사회의 모습은 같은 소재로,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돈 후안>과 <돈 조반니>에서도 잘 드러난다.
두 작품이 쓰여진 시대에 간극이 있는 만큼, <돈 조반니> 속의 사회가 <돈 후안>의 사회에 비해 약한 위계질서를 지니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돈 후안>에서는 수동적이고 순응적인 역할에 그쳤던 사회적 약자 계층이 <돈 조반니>에서는 주체성을 가진 인물들로 변화하며 이야기 내에서 더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각각 ‘남녀 간의 위계질서 속 여인’, ‘계급사회 속 농민’, ‘주인과 하인 사이의 위계질서 속 하인’에 해당하는 이사벨라와 엘비라’, ‘바트리시오-아민타 부부와 마제토-체를리나 부부’, 그리고 ‘카탈리논과 레포렐로’의 비교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모차르트 오페라 속에서는 ‘돈 조반니’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방해하는 ‘엘비라’라는 여인이 존재한다. 그녀는 돈 조반니를 그의 바람기 때문에 싫어하지만 꾸준히 그를 사랑하는 존재이다. 이런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지 않지만 원본에서는 ‘이사벨라’가 ‘엘비라’와 대응되는 위치에 존재한다. 이사벨라와 엘비라 모두 귀족의 위치로서 계급으로서는 하위계층에 속하지는 않으나 ‘여인’이기에 그녀들은 모두 사회 속에서 하위계층에 속한다. 그렇게 둘은 같은 계층에 속해 있지만 극 속에서 두 명의 행동은 확연하게 차이난다.

참고자료

· 티르소 데 몰디나, <돈 후안, 성상에 초대받은 세비야의 유혹자>, p.116.
· 모차르트, <Don Giovan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