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희, 저녁의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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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저녁의 게임>
오정희는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전쟁과 그로 인한 가족의 훼손을 경험했고, 이 경험이 모티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전후 근대화와 함께 형성되기 시작한 도시 중산층 여성의 정체성 문제를 소설의 중심적 제재로 삼았고, 일상적인 삶에 내재된 존재의 불안과 균열을 탐지하는 듯 한 문체로 타인과 화해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파괴충동을 묘사한다. 작가의 근원적인 작품세계의 근원적인 성격은 기존 사회의 규범화된 여성성을 비판하거나 거부하는 데 있다. 작가의 주요작품으로는 <불의 강>, <중국인 거리>, <유년의 뜰>, <동경> 등이 있는데, 이 작품들은 위 작품세계의 특성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고, <저녁의 게임> 또한 범주 안에 속하는 작품이다. <저녁의 게임>은 제목처럼 화자가 저녁밥을 짓다가 가스레인지의 얼룩을 보면서, 아버지가 약을 끓이는 모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상을 차리면서 관성의 법칙으로 수저 세 벌을 놓으려다 화자는 오빠의 부재를 깨닫고는 다시 한 벌을 거둬들인다. 위의 일부를 도려낸 데다 당뇨병까지 있는 아버지는 천천히 식사를 하고 나는 아버지보다는 먼저 먹었지만 아버지 옆에서 챙기며 앉아 있다가 식사를 마쳤을 때 오빠의 목소리를 테이프에서 듣게 된다. 저녁식사를 끝마친 부녀는 너무 낡아 뒷면만 보고도 앞면을 알 수 있는 화투장으로 화투를 친다. ‘나’는 오빠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어머니를 회상하고 그녀의 비극적인 삶을 생각한다. 작품에서 어머니는 이미 죽고 없는 사람이고, 그저 아버지와 화자의 대화와 회상을 통해서만 나올 뿐이다. 화자 ‘나’의 어머니는 ‘머리통이 물주머니처럼 무르고 크게 부풀어 오른’ 기형아를 낳았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로의 탓으로 돌린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죽게 되고 아버지는 어머니의 탓으로 돌려 시설에 보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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