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ckson pollock Nancy sullivan Number 1

소개

시와 그림비교, Ekphr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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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나는 우연히 잭슨 폴락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그 작품은 폴락의 액션페인팅 중에 하나였는데, 거칠고 불규칙적으로 흩뿌려진 물감을 보고 당시 나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곱씹어보면 사실 충격이라기보다도 머릿속에 섬광이 내리꽂히는 기분이 들었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그 그림을 오랫동안 본 것도 아니었고 짧게 지나가면서 보았기 때문에 제대로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형용할 수 없는 강렬한 느낌 탓에 작품이 마음에 들었고 그림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았다. 어지러운 물감자국의 엉킴 속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찾으려 들거나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를 받아들이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작가의 붓놀림과 그의 행위와 감정 자체를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그림은 처음이었다. 그의 대표작 대부분이 그렇듯이, 폴락은 자신의 작품에 쉽사리 이름을 붙이지 못했기에 과 같이 숫자를 제목으로 사용하였다. 후에 클레멘트 그린버그가 작품에 드러나 있는 연보라색이 마음에 든다며 라는 제목을 덧붙여주었지만, 어쨌든 이와 같은 사례만 보아도 폴락의 작품이 다른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의 그림보다 더욱 난해하다는 일반적인 평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롤랑바르트에 의하면 사진의 의미에는 스투디움과 푼크툼이라는 두개의 층위가 존재한다고 한다. 스투디움은 사회적으로 널리 공유되는 ‘일반적’해석의 틀에 따라 사진을 읽어내는 의미이다. 푼크툼은 그런 일반적 해석과 관계없이, 오직 보는 이 혼자만이 느끼는 절대적으로 ‘개별적’인 효과를 의미한다. 회화에서도 어느 정도 이와 비슷한 구별이 존재하는 듯하다.1)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 폴락의 작품은 푼크툼의 차원에서 감상하기에 더 적합한 것 같다. 목적이 뚜렷한 회화의 대부분은 스투디움의 층위로 이해하기 힘들만큼의 큰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이 상징하는 것이 이미 분명하다면 개인의 감상에 어떤 방식으로든지 개입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견이 존재하더라도 일정 스펙트럼 내에서 가능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잭슨폴록의 같은 경우, 작품을 바라보는 이가 파악하는 본질이 무엇인가에 따라서 어디에도 예속되지 않고 작품에 대한 철저히 개별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폴락의 작품을 두고 스투디움과 푼크툼으로 나누어 바라보아야 한다는 경계 자체가 모호한 것일 수 있으며, 어떤 이는 푼크툼을 전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 있어서는, 그의 그림을 처음 보고 느꼈던 따갑고도 직관적인 감정이 바로 롤랑바르트가 이야기 했던 푼크툼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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