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혜정 비평집 <에로틱 아우라> -기형도와 그늘진 혀

소개

허혜정 비평집 <에로틱 아우라> -기형도와 그늘진 혀

목차

1. 작가소개
기형도의 작품세계

2. 기형도와 그늘진 혀

3.작품과 비평에 대한 나의 생각.

본문내용

시인의 “늙은 사람”에 대한 혐오와 경멸은 노쇠한 육체, 즉 죽음에 대한 혐오와 맞물려 있다. 죽음은 산 자들의 공간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검은 이방인이다.
화자는 “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 단 한 걸음도 그의 틈입을 용서할 수 없”으며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싶을 정도로 죽음에 대해 완강한 것이다. 마치 ‘구원’과 ‘영생’을 위한 성서적 예언이 악마의 틈입을 허용하지 않듯이 말이다. 주목되는 것은 늙음에 대한 혐오가 “허옇게 센 그의 정신”에 대한 경멸과 포개진다는 점이다. “늙은 사람”은 존재의 영원성, 시간에 대한 확신, 역사의 낙관주의를 전복하는 존재다. 하지만 인식의 도그마를 어둡게 반영하는 이 노쇠함에 대한 응시는, 우리의 정신이 잘 용납하지 못하는 자연의 역력한 실상이다,
기형도의 시에 자주 드러나는 영락하고 쇠락하는 이미지들은 광범위하게 보아, “움직이는 죽음”을 불투명한 회의와 우울의 정서로 독자들에게 건네준다. 기형도의 시에 자주 도드라지는 피로한 풍경들은, 이 움직이는 죽음을 부인한 채 이상한 삶의 종교처럼 완강한 독단을 고수하고 있는 세계에 대한 회의적 통찰을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특히 고갈과 우울의 정서는 바로 “이미 경험된”죽음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지점 중의 하나다. “나는 이미 늙은 것이다”라고 중얼거리게 하는 조로와 고갈의 감수성은 “누추한 육체”와 죽음의 영역에 머물 수밖에 없는 모든 존재의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 허혜정 에로틱 아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