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연주회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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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연주회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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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산의 역사를 모른다. 내가 아는 역사는 입학했던 작년과 2학년인 올해일 뿐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나에게 자랑스러운 오산인임을 각인시켰다. 백 년의 역사를 가진 오산 학교의 학생이니, 내가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자랑스러움의 감정은 나 스스로 깨닫지 못한 감정이다. 민족을 위해 혼을 바친 많은 사람들의 모교지만, 그 사람들이 지금 이 학교를 다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나 스스로 그런 감정을 깨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깨닫지 못했다, 아니 깨닫지 않았다. 난 누군가에게 감정을 강요받는 것을 정말 증오한다. 내가 왜 이 학교를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인가. 모교라서? 모교면 그냥 막연히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것인가? 나에겐 그렇게 될 만한 동기 부여가 없었다. 자랑스러운 선배님들은 있었지만, 현재의 자랑스러운 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변화의 순간은 있었다. 감정을 흐트러뜨려 감동하게 만드는 건 역시 소리가 적격이라고 생각될 만큼 멋진 순간이 있었다. 오산을 겪게 된다는 추상적 자부심이 생긴 시간인 것이다. 그 순간은 모교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동기 부여가 어느 정도 생길 수 있게 된 계기였다. 지금부터 그 계기에 대한 내 마음의 말을 써 보려 한다.
2007년 5월 12일, 추적추적 봄비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적시고 있을 때. 연주회에 가던 나는 우산을 들고도 바보 같이 비에 많이 젖고 말았다. 빗물은 옷에 스며들어 내 속살과 맞닿았고, 머리카락은 머리를 감은 듯 물에 엉켰다. 주위의 다른 학생들은 온통 찡그린 얼굴이었고, 그날의 행사에 짜증을 내던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난 달랐다. 그 봄비 덕분에 느낌이 새로웠다. 내 안의 근심과 찌꺼기들이 씻긴 느낌이 들어서 더 부담 없이 연주회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연주회를 즐기고 싶었다. 처음부터 느낌이 깔끔했던 것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