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의 『삼대』

소개

새로운 가치의 유입, 그리고 혼란.
- 염상섭의 『삼대』

담담하고 건조한 문투의 짧은 감상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할아버지-아버지-손자로 이어지는 3명의 집안 남자들을 통해 사회의 모습이, 그리고 사회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도 놓치지 않고 골고루 시선을 주고 있어, 『토지』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가족사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홍경애나 김병화 같은 덕기의 주변 인물들을 끌어들였기 때문에 더 풍부한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1930년대 대표적인 리얼리즘 소설로 평가받는다. 등장인물의 수는 적지 않으나, 각각의 인물들은 성격과 개성이 뚜렷해 산만하지 않고, 작가는 이들을 서술하는데 중심을 잃지 않는다. 또한 조의관의 사후에 남겨질 재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보이지 않는 암투는 독자의 흡인력을 높이기 충분했다.
많은 등장인물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바로 ‘조덕기’였다. 뒤로는 몰래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결국 할아버지에 의해 집안을 꾸려나가야 하는 상속자의 처지에 묶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념과 주체를 제대로 지켜나갈 수 있느냐, 그리고 서조모 등 대산을 노리는 집안 사람들의 암투를 견디고 집안과 유산을 지켜내느냐는 본인에게 달려있다. 얼핏 보기에도 이 두 가지 지표는 서로 대립적이다. 그러나 덕기 본인은 여기에서 크게 방황하지 않는다. 이 상황을 벗어나려 노력하는 탓에 본인이 해야 할 바를 방기하지도 않는다. 이미 아버지 조상훈이 그 혼란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중적이고 위선적인 형태를 보인 바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조상훈의 예처럼, 새로운 가치의 유입은 항상 혼란이 먼저 온다. 기독교를 믿으면서도 술담배는 물론이고 첩까지 두는 위선적인 모습, 결국 가짜 형사를 동원해서라도 재산을 빼돌리는 데 까지 나아간다. 그러나 아직 덕기조차도 돈과 명예를 중시하는 집안 분위기와 나름 주체적으로 살고 싶은 자신의 의지 사이에서 딱히 방향을 정하지 못했다. 그저 눈 앞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급급해, 아직은 놓아둘 뿐이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