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 골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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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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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이루는 것은 몸과 맘과 얼이라 한다.
사람은 혼과 영과 육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알아온 세월이 수 백 배는 더 긴데 이제 막 새로 알게 된 ‘몸과 맘과 얼’이라는 요소 이름이 훨씬 감칠맛이 난다.
얼굴이라는 명칭 자체가 원래는 ‘얼을 담은 골짜기’라 해서 ‘얼 골’이었단다.
사람의 얼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그의 삶 속에서 이모저모로 마음을 쓴 흔적들이 무의식 속에 침잠해 있다가 모둠으로 드러나는 것을 일컫는 말일게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얼을 담은 골짜기라고 정의하기 보다는 얼이 담긴 골짜기라고 하는 편이 더 맞다.
온갖 일 다 겪으며 이렇게 저렇게 마음을 쓴 흔적들이 골골이 묻어나면서 얼이 되어 가는 골짜기, 그것이 사람의 얼굴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여기서 다시 해골로 돌아온다.
아니다, 골짜기보다는 원효 대사를 깨달음으로 이끌었다는 해골이라 하는 것이 더 그럴 듯하다. 이렇게 자신 있게 주장하는 것은 나 자신의 해골 필름을 보았던 경험에 힘입어서이다. 머리 부분 CT 촬영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촬영 결과의 필름은 더도 덜도 아니게 해적선 깃발의 그림이랑 흡사했다.
그런데 막상 ‘골’을 ‘뼈골’로 이해하고 붙여 보니 ‘얼’이 주는 은근함이 희석되는 감이 있다. 그 점을 감안해서 한 번 더 생각을 돌려 보니 ‘얼이 담긴 해골’ 보다는 ‘얼이 들어있는 굴(窟)’이 딱 좋을 것 같다. X선에 노출된 나의 해골은 어느 무인도엔가 있을 법한 동굴처럼도 보였으니까.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