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Die Heimkehr)

소개

귀향 (Die Heimkehr)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 박종대 역. 이레 2010.01.25
서평입니다

목차

1. 아버지의 극복
2. 사랑
3. 종결

본문내용

1. 극복

독일소설은 관념적이다. 스토리 라인 보다는 소설을 지배하는 관념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오디세이로 이 책의 얼개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그 속에는 똑같은 오씨, 오히디푸스가 있다. 아버지를 극복하고 싶은 욕망, 그 욕망의 실재화를 하지 못하는 인식이 보인다. 그래야 소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세간의 평처럼 <머물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출발하기 위해 귀향하는 것>이 저자의 메시지라고 하자. 그렇다면 화자(페터 데바우어)는 귀향 후에 안정된 생활을 포기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가? 아니다. 그는 더 이상의 갈등 없이 평온하게 늙어간다. 집에 돌아온 자는 집에서 살면 된다. 바바라와 결혼은 하지 않지만 막스를 키우면서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래서 이 책의 메시지는 아버지의 극복이다.
페터는 드바우어에게 아들임을 밝히지 않고 쉰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다. 동양에서 쉰이라는 나이는 지천명의 나이다. 하늘의 명을 아는 나이에 이르러서도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다. 이건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귀향하지 않고 떠도는 자, 그들을 인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귀향해야 함에도 영원히 떠도는 자, 페터의 아버지와 오디세우스는 닮았다. 돌아갈 곳이 없는 자는 지금 서 있는 자리에서 승부를 볼 수 밖에 없다. 귀향할 자가 없는 자의 서글픔이 아니라 그 자유로움이다. 자기만을 위한 자유로움이다. 페터도 인정한다.
<가끔 난 오디세우스가 그립다. 벤첼 슈트라핀스키에게서 고등 사기꾼의 기술과 거짓말을 배웠고 급하게 인생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모험을 찾고 위기를 이겨내고 신사의 매력으로 내 어머니를 얻고 기쁨과 재미를 주는 소설을 유쾌하게 쓰고 유희적 가벼움으로 갖가지 이론들을 개발한 그 오디세우스가 그립다. 물론 난 그것이 요한 데바우어나 존 드 바우어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것은 내가 어버지에 대해 꿈꾸었던 모습, 내 심장이 간절히 원하던 모습에 대한 그리움일 뿐이다. 390 쪽>

하지만 저자는 그런 자유를 거부한다. 자랑스러운 아버지였다면 그는 아버지에게 자기를 내세웠을 것이다. 해체법이론 어쩌고 하지만 결국 존 드 바우어는 역사의 책임에서 도망친 도망자일뿐이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지우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나치의 다른 모습일 뿐이다. 그래서 아들은 절망스럽다. 관념 속에서 계속 충돌한다. 그는 아버지가 나오는 텔레비전을 끈다. 그가 그토록 바란 아버지의 귀향은 그에게는 지옥이다. 진실은 언제나 불편하다. 불편한 진실은 아버지의 기회주의이다. 아버지의 이론이다.

참고자료

· 귀향 (Die Heimkehr)
· 베른하르트 슐링크 저. 박종대 역. 이레 2010.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