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기와 미공화국 초기 내셔널리즘의 기원과 본질 재고(再考): 친(親)노예제 혁명과 인종주의적 내셔널리즘의 탄생 (Revisiting the Origins and Nature of American Nationalism in the Revolutionary and Early America: Proslavery Revolution and the Birth of Racial Nationalism)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미국사학회
· 수록지 정보 : 미국사연구 / 58권 / 1 ~ 40페이지
· 저자명 : 허현

초록

미국 내셔널리즘 연구자들은 식민지 독립전쟁으로서 미국 혁명을 통일된 국가 건설의 역사적 사건으로 해석하기 때문에 시기의 차이는 다소 있을지언정 식민지 시기와 독립혁명기에 고유한 미국 내셔널리즘이 존재했거나 주조되었다는 주장을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북미영국식민지인들이 가지고 있던 영국적 뿌리를 너무 쉽게 부정하거니와 각 식민지들 사이에 존재하던 분열적 요인들도 너무 쉽게 무시해버림으로써 아메리칸 네이션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 ‘아메리칸(American)’에 대한 역사적 정의를 전혀 내리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다른 한편으로 내셔널리즘 연구자들은 미국 내셔널리즘을 종족적 내셔널리즘과 대비되는 공민적 내셔널리즘으로 정의내리며 결국 애국적 아메리카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혁명 이데올로기였던 자유와 평등에 대한 헌신일 뿐이었으며 이것이야말로 아메리카인들의 국민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었다고 결론내린다. 하지만 이들은 혁명 이데올로기들이 보편적 개념이었다기보다는 구체적 역사성을 가진 개념으로 노예제 이슈를 함께 고려하지 않고는 결코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는다. 요컨대 초기 내셔널리즘의 기원과 본질에 관한 기존 연구사에서는 중요한 미국적 경험으로서 노예와 노예제가 빠져버린 허위적 네이션이나 가공의 내셔널리즘, 그리고 신화적인 국민적 정체성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을 뿐이다.
근대 서구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혁명으로 평가받는 미국 혁명의 모순은 혁명을 성공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이 바로 혁명세력이 추구하던 자유와 평등이라는 정치적 신조를 배반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혁명을 향한 길에서 이질적인 13개 북미영국식민지들을 불안하게나마 하나로 묶을 수 있었던 것은 허위적 네이션 개념이나 가공의 내셔널리즘이 아니라 바로 ‘공동의 대의’였는데 이것은 본질적으로 영제국의 노예가 될 수 없다는 정치적 신념이자 위기의식이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대의를 가장 위협했던 것은 혁명세력이 거부하던 노예제였다. 식민지 시기에 퀘이커교도를 중심으로 한 반(反)노예제운동의 물결이 제법 거셌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러한 반(反)노예제론은 혁명의 기로에서 반(反)혁명이데올로기이자 반(反)유니온 이념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받았다.
친노예제세력은 미본토의 노예제를 서인도제도의 노예제와 차별적인 온정주의적 제도로 인식하였고 혁명이념이자 유니온이념으로서 자유를 대영제국으로부터의 자치와 재산권의 보호로서 분명하게 규정하였다. 버지니아의 아서 리가 주장했던 것처럼 “재산권은 다른 모든 권리의 수호자”였으며 “이러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은 사실상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었다. 당대 식민지 사회에서 이러한 재산권은 무엇보다도 노예재산권을 의미하였으며 노예재산권에 대한 식민지 노예소유주들의 ‘자유’와 ‘자치’가 위협받게 되었을 때 혁명은 곧 노예제 사수를 위한 ‘노예제’혁명으로서 정체성을 확실하게 구현하기 시작하였다. 이로써 혁명기와 미공화국 초기 미국 내셔널리즘은 무엇보다도 인종주의적 내셔널리즘, 백색 내셔널리즘으로서 성격을 확연하게 드러내었다.

영어초록

Since American historians of nationalism have interpreted the American Revolution as an important historical event for the construction of American nation and national identity, they tend to assume that a distinctive American nationalism existed, or was forged in the colonial and Revolutionary periods. However, it is difficult to avoid the criticism that this interpretation too easily denies the British roots of the North American British colonies, and too easily ignores the divisive factors that existed among the colonies, thus failing to provide a historical definition of “American” that can be seen as characterizing an American nation. On the other hand, nationalism scholars define American nationalism as civic nationalism as opposed to ethnic nationalism, concluding that all it took to be a patriotic American was a commitment to the revolutionary ideology of freedom and equality, which defined the national identity of Americans. But they fail to note that revolutionary ideologies were not universal concepts, but rather specifically historical ones that cannot be fully understood without considering the issue of slavery. In short, the existing scholarship on the origins and nature of early nationalism perpetuates a false nation, a fictionalized nationalism, and a mythical national identity that leaves out slavery and slavery as a significant American experience.
The paradox of the American Revolution, which is regarded as the leading democratic revolution in the modern West, is that the essential condition for its success was the betrayal of the very political tenets of freedom and equality that the revolutionaries overtly sought. What united the 13 disparate North American British colonies on the road to revolution was not a false notion of nationhood or a fictionalized nationalism, but a “common cause”, which was essentially a political belief and sense of crisis that they could not be enslaved by the British empire. Yet, paradoxically, it was slavery that threatened this cause the most that the revolutionaries rejected. While there had been a significant wave of antislavery movement in the colonial period, led by Quakers, this antislavery ideology was no more than anti-revolutionary and anti-union ideology in the midst of a revolution.
The Slave Power perceived slavery in the Northern America as a benevolent institution distinct from slavery in the West Indies, and freedom as a revolutionary and unionist ideology was clearly defined as self-governance in isolation from Great Britain, and the protection of property rights. As Arthur Lee of Virginia argued, “property rights were the guardians of all other rights”, and “to deprive them of these rights was in effect to deprive them of liberty”. In colonial society, these property rights meant, among other things, slave property rights; and when the “freedom” and “self-government” of colonial slaveholders in regard to slave property rights were threatened, the Revolution soon began to clearly embody its identity as a revolution for the defense of slavery. Thus, American nationalism during the Revolutionary War and the early America was characterized above all as racial nationalism, namely, as white nationalism.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