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전> 言辯 대결의 양상과 의미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판소리학회
· 수록지 정보 : 판소리연구 / 20호 / 217 ~ 240페이지
· 저자명 : 정충권

초록

본고는 <토끼전> 서술구조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언변’에 주목하여 그 대결의 양상과 그것의 당대적 의미에 주목한 글이다. <토끼전>에는 여타 전승 판소리와 달리 삽입가요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 대신 언변이 장황히 구사됨으로써 장면 서술량이 확장되는 대목이 많다. 그것은 우화의 서사문법에 판소리 구성 원리가 결합되어 나타난 특수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토끼전> 언변 대결의 결과는 일방적인 승리 혹은 패배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패배자는 그 자신의 허위성이 폭로됨은 물론, 그가 내세운 근거들도 관념에 치우친 허위의식인 점이 드러나게 된다. 따라서 <토끼전>의 언변 대결은 기존 관념에 의지하여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자들을 풍자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는 기능을 지닌다. <토끼전> 언변에 활용되는 고금사의 지식은 당시 중간층 부류 계층의 문화적 상승 의도와 긴밀한 관련을 맺는 것으로 판단된다. <토끼전> 언변 대결에서 신분 문제가 별로 고려되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된다. 또한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기준도 그때마다 달라진다. 승자가 패자가 될 수 있고 그 역도 가능하며 패자라고 해서 끝없이 전락하는 것으로만 설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토끼전>의 언변 대결은 수평적 인간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새로운 질서를 이루어나가기 위한, 모색으로서의 형식이라는 당대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으리라 본다.

참고자료

· 없음